[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효성그룹] 책에서 얻은 영감 업무에 접목… 탄탄한 성장 밑거름

입력 2014-08-25 03:06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에서 홍보팀이 가진 독서토론 모습. 방영일 차장이 팀원들과 읽은 책을 토대로 경쟁사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샌드위치 구조라고 하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 우리나라는 샌드위치처럼 끼어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주력 산업인 중공업, 자재, 섬유분야에서 각각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효성그룹 본사 2층의 한 회의실에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룹의 홍보팀 직원들이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PU(Performance unit) 상시학습’의 장이었다. 이날은 11명이 참여했다. 토론에 붙여진 책은 미래학자 최윤식씨가 쓴 ‘2030 대담한 미래’. 홍보1팀 표희선 사원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책의 어떤 내용이 좋았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의 현실에 적용해 견해를 피력했다.

“회사가 개발하는 신소재 분야는 중국도 품질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게 성장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해 한국 기업들이 위기를 인식해야 합니다.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업무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저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업계의 상황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이어졌다. 홍보2팀 방영일 차장은 경쟁사들을 분석한 신문기사를 정리해 와 팀 직원들과 함께 나눴다. 참석자들은 또 세계 시장의 동향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공부했다.

방 차장은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회사 업무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할 뿐 아니라 업계 트렌드를 알 필요가 있는데 PU 상시학습 시간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분들에게 정보를 얻거나 배워야 하지만 최근엔 책을 통해 먼저 배우고 그분들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 ‘함께 책읽기’부터

지난해 7월부터 효성그룹은 ‘일하기 좋은 기업(GWP·Great Work Place)’을 표방하고 독서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임직원의 독서를 현업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자는 취지였다. 홍보팀의 PU 독서토론도 그런 결과로 나왔다.

독서경영의 출발에는 조석래 그룹 회장의 유난한 ‘책사랑’이 밑천이 됐다. 조 회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원서를 들여와 번역하게 한 뒤 임직원들과 나눈다.

그룹에서는 매월 초 1∼2권의 추천도서가 전 사원에게 소개된다. 누가, 왜 이 책을 추천하는지와 함께 책 내용을 요약해 이메일로 함께 배포된다. 그동안 ‘팀으로 일하라’(박태현) ‘습관의 힘’(찰스 두히그) ‘승자의 안목’(김봉국) 등 경영이나 자기개발 분야 관련 도서가 주로 소개됐다. 재무팀, 인사총무팀 등 팀원들끼리 소설이나 시집, 그림책을 선정해 읽기도 한다. 책을 읽은 후 전문가를 초대하고 강의를 듣는 적극적인 팀도 다수 있다.

“그림책 ‘1cm+’(글 김은주· 그림 양현정)를 함께 읽은 적이 있어요. 의외로 동기 부여가 많이 되더라고요. 홍보팀은 트렌드에 앞서 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곤 하는데 함께 책을 읽으면 마치 쉬면서 소통하는 느낌이에요.” (김준식 대리)

사원들은 사내 게시판인 ‘통통 게시판’을 통해 느낀 점과 적용할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도 나눈다. 매달 모든 직원이 함께 얘기해 볼 수 있는 소재가 한두 개씩 생기는 셈이다.



“책 추천하고 토론하면서 서로를 이해”

이날은 특별히 팀원 모두가 책 한 권씩을 들고 왔다. 서로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는 시간을 가진 것. 이윤정 대리는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을 소개하면서 “이 책은 또 다른 56권의 책을 소개해주는 ‘북 소믈리에’ 같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통섭형 인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팀원들도 철학서 ‘피로사회’(한병철), 장르소설 ‘다섯째 아이’(도리스 레싱), 에세이 ‘행복의 충격’(김화영) 등을 꺼내놓았다. 책을 추천하는 이유도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납량소설” “독서 관련 팟캐스트에서 소개 받은 책” 등 가지가지다.

사원들은 ‘책읽기’를 독려하는 회사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박재연 대리는 “좋은 책을 골라 책상 앞에까지 놓아주기 때문에 읽을 만한 책을 골라낼 자신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표 사원은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게 된다”며 “생각이 넓어지고 팀원들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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