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판 내년부터 폐지… 7년 넘으면 반드시 이동

입력 2014-08-23 04:00
일당 5억원 ‘황제노역’ 판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던 지역법관(향판) 제도가 도입 10년 만에 폐지된다.

대법원은 “지역법관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 및 불신과 상당수 법관이 개선 의견을 내고 있는 점을 받아들여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기존 제도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 정기인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대법원은 내년부터 모든 법관에 대해 서울과 지방 교류 원칙을 적용해 인사를 실시한다. 다만 법관이 특정 지역 고등법원 관할 권역에서 근무를 원하는 경우 신청을 받아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법관이 특정 권역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연속 7년을 넘을 수 없다. 7년이 넘으면 반드시 다른 권역의 법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법관이 다른 권역 법원에서 최소 2년 이상 근무를 했다면 다시 희망 권역으로 돌아오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법관이 지방·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으로 승진할 경우 반드시 다른 권역의 법원으로 옮겨야 한다. 연속 근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기존 지역법관제는 지역법관으로 허가받으면 임기 10년 동안 계속 한 권역에서만 근무할 수 있었다. 임기가 끝나도 더 머물기를 원하면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아도 됐고, 승진할 때도 권역을 옮기지 않았다. 황제노역 논란을 일으켰던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은 이런 제도를 통해 법관 생활 29년 동안 계속 광주 권역 법원에서만 근무했다. 기존 지역법관제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재판 지연을 최소화하고, 법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지역법관 제도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법관 불신을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여러 측면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