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새정치연합… “강 건너 불구경하나… 불신을 해소하라”

입력 2014-08-23 04:09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세월호 유가족 면담 등 여권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든 가운데 새누리당이 22일 1박2일 일정의 연찬회를 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강력 성토에 나섰다. "지금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연찬회나 할 때냐"는 논리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 '비대위원장·원내대표 분리론'이 제기되고 있어 엎친데 덮진 격으로 집안싸움마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일(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한 유가족들의 반대)은 누적된 불신에서 초래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연찬회도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유가족을 만나 그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때"라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박 위원장은 또 "인간으로서 기본을 다하지 않고 혹시라도 새누리당이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것이라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바라는 집권당으로서의 자세가 분명 아니다"고도 했다. 여야 대치의 최대 쟁점인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가 걸려 있는 마당에 집권여당이 의원 연찬회를 열어야 하느냐는 뜻이다.

한정애 대변인 역시 TBS 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오늘부터 새누리당이 연찬회를 한다는데 오히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는 태도는 정말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반응은 재합의안 추인 여부 논란과 분리 국감 처리 문제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마치 '남의 일'처럼 행동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불신의 표현이다.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과 국감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시민사회·종교계·학계 원로 인사들이 이르면 주말쯤 범사회적 중재 기구를 결성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3지대 인사들이 나서고, 청와대와 여당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극적인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4선 이상 등 중진 의원 8명은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갖고 박 위원장의 업무가 과중하니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직을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원내대표 분리론은 사실상 박 위원장이 두 차례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도 선수별로 모임을 갖고 박 위원장의 거취와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의견들은 박 위원장 측에 전달됐다.

박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의견은 중구난방으로 알려졌다. 비대위원장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 협상을 잘못했으니 원내대표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 사퇴할 때가 아니라 박 위원장이 앞장서서 장외로 나가 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주장 등이다. 논의 자체만으로도 박 위원장의 리더십은 또 한번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 측은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임지훈 기자 zie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