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송 ‘유민아빠’ 정국의 핵으로… 동조단식 번져

입력 2014-08-23 03:36
세월호 희생자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단식 40일째인 22일 오전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김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중이었다.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법이 정처 없이 표류 중인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씨는 광화문광장에서 40일째 단식농성을 하다가 22일 병원에 실려 갔으나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갔다. 김씨의 목숨을 건 단식이 이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동조단식에 나서는 형국이다.

‘유민아빠’ 김씨는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들의 설득으로 오전 7시50분쯤 구급차로 동대문구에 있는 시립동부병원으로 후송됐다. 김씨는 의식은 있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할 수 있지만 심신이 매우 쇠약한 상태다. 병원에서 실려 올 당시 혈압은 쇼크가 우려될 정도로 낮았고, 체중은 지난 18일에 47㎏이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포도당이 포함된 수액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김씨는 병원 측이 준비한 미음 식사를 거부했다. 그는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을 통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서지 않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안정을 취한 뒤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김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사회 각계 원로 등도 박 대통령의 결단을 호소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씨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경우 동조단식, 릴레이단식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반정부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집결하고 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김미희 김재연 의원도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상임고문도 나흘째 동조단식 중이다. 문 고문의 행보를 놓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제1야당 지도자가 거리로 나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문 고문은 트위터에 “그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민심은 엇갈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이 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가족들의 요구가 타당한지를 묻자 ‘타당하지 않다’(47.4%)는 응답이 ‘타당하다’(43.5%)는 응답보다 약간 높았다. 반면 세월호 특별법 처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처리해야 한다’는 비율이 47.3%로 ‘여야 합의대로 처리해야 한다’(43.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는 ARS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