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서 암탉이 낳은 따끈한 달걀을 짚으로 만든 꾸러미에 담아 명절 선물로 보내던 때가 있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 같지만 60여년 전만 해도 그랬다. 추석 등 우리 고유의 명절에 보내는 선물은 그 시대의 경제수준과 생활관습을 반영한다. 신세계는 22일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명절 때 주고받던 인기 선물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50년대에는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복구하는 데 힘써야 했고 선물이 상품화되지 않았던 때다. 허기를 달랠 수 있었던 쌀 달걀 찹쌀 참기름 등 농수산물에 정을 담아 주고받았다.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이뤄졌던 60년대에는 서민의 생필품류인 설탕 비누 조미료 등이 인기 선물이었다. 그중 양철통에 들었던 설탕은 통까지 재활용할 수 있어 최고의 선물로 꼽혔다. 이때부터 백화점이 선물을 사는 장소로 떠올랐다.
생활의 여유가 생긴 70년대에는 생필품과 함께 기호식품이 인기 대열에 들어섰다. 식용유 럭키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커피세트는 어른들에게, 종합과자선물세트는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다.
대중소비사회로 접어든 80년대는 상대방에게 알맞은 물건을 선물하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았다.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등 패션 잡화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정육세트와 고급 과일, 참치통조림 등 식품이 선물세트로 등장했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인삼 꿀 영지 등 건강관련 기호식품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각종 상품권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선물을 사는 곳이 크게 백화점과 할인점으로 나뉘면서 고가 제품과 중저가 선물세트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와인과 올리브유 등 웰빙 상품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용량 제품 및 간편조리 상품이 새롭게 뜨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1960년대 ‘설탕’, 2000년대 ‘와인’… 신세계百, 시대별 명절선물 소개 눈길
입력 2014-08-23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