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클럽 천장에서 뭐가 ‘쿵’ 하고 떨어져요” 신고하자마자 순찰차 4대가 동시 집결

입력 2014-08-23 03:06
강남경찰서 다목적기동순찰대 경찰관들이 22일 새벽 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인근 유흥가에서 야간 순찰을 돌고 있다. 대형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야간 순찰에 순찰차 4대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이전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지금 클럽인데 천장에서 뭐가 ‘쿵’ 하고 떨어져서 사람들 대피하고 난리가 났어요.”

22일 새벽 1시3분, 112에 서울 강남의 한 대형 클럽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을 순찰하던 강남경찰서 ‘다목적기동순찰대’ 대장 최형진 경감이 ‘번개’(순찰차를 뜻하는 경찰 은어) 1호를 돌려 클럽으로 향했다. 뒤따르던 3대의 순찰차도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5분 뒤 경찰차 4대가 클럽 앞에 집결했다. 입구에 서있던 젊은이들이 영문을 모른 채 입을 ‘떡’ 벌렸다. 경찰들이 “살인 사건이라도 났나요?”라고 묻는 시민들을 지나 클럽 안에 들어서자 조명 일부가 떨어져 부서져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전 1시30분. 사건 처리를 끝낸 순찰차 4대가 이번엔 역삼·선릉역 인근의 유흥가를 점검했다. 바지춤에 무전기를 찬 채 유흥업소 주변을 서성이던 남성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찰 단속에 대비해 룸살롱이나 불법 안마시술소 등에서 ‘망’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다. 기동순찰대 2팀 이광훈 경장은 “이 지역은 순찰차 한 대만 지나가도 긴장한다”며 “순찰차 4대가 한꺼번에 다니니 지금쯤 서로 무전하며 난리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남 유흥가를 긴장시킨 기동순찰대는 앞으로 더 자주 전국의 도심 밤거리에 출동하게 됐다. 경찰청이 유흥 밀집지역 순찰 강화를 위해 기동순찰대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4∼5대의 경찰 순찰차가 동시에 출동·순찰하는 기동순찰대는 지난 11일 창설돼 13일부터 현장에 본격 투입됐다. 범죄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다수의 경찰이 출동하는 ‘기동타격대’ 개념이다. 기존 지구대·파출소 근무 인원과는 별도로 운영된다.

기동순찰대가 투입되는 경찰서는 서울 강남·구로·송파서, 부산 남부서, 인천 서부서, 경기도 부천원미·의정부서, 광주 서부서, 충남 천안서북서, 경남 김해중부서 등 모두 10개소이다. 각 서별로는 40∼50여명 규모이며 30∼40%는 올해 신규 채용된 경찰로 꾸려졌다. 강남서 기동순찰대에는 모두 8대의 순찰차와 경찰관 50명이 배치됐다.

최 경감은 “지금까지 증원된 경찰 5000여명을 기존 지구대·파출소에 분산 배치하면 순찰팀당 0.8명이 늘어나는 데 그친다”며 “경찰 증원 효과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실 수 있도록 기동순찰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클럽 앞에서 만난 대학생 현재준(23)씨는 “여러 명의 경찰관이 출동한 모습을 보며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사건에 휘말렸을 때 경찰관이 여러 명 와주시면 원칙대로 처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도 한숨 돌리기는 마찬가지다. 기동순찰대에 배치되기 전 논현지구대에 근무했던 이 경장은 “예전에 순찰차 1대에 경찰관 2명이 타고 있으면 술 취한 사람에게 ‘매 맞는 경찰’도 많았다”며 “지금은 순찰차 여러 대가 오면 술 취한 사람들도 좀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일선 경찰과의 협업이 생명이다. 기존 지구대 인력과 ‘용병부대’가 서로 출동 순번을 미루거나 손발이 안 맞을 경우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경찰은 앞으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나 불법 풍속업소 단속 등 여러 분야에 기동순찰대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글·사진=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