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 부시 前대통령·빌 게이츠가 불지핀 얼음물 샤워… 오바마·美 정부가 ‘찬물’

입력 2014-08-23 04:58
"오바마 대통령이 '얼음물 샤워 캠페인'(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에 찬물을 끼얹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얼음물 샤워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 ABC 등 미 언론도 "오바마가 자신의 머리에 찬물을 쏟는 대신 캠페인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오바마가 얼음물 샤워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얼음물 샤워 캠페인은 루게릭병 환자 돕기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 루게릭병후원재단(ALS)이 기획한 행사다.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세 명을 지목하면 24시간 이내에 이들 역시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루게릭병 환자 돕기 성금으로 100달러를 내야 한다.

미국에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유명 팝가수 저스틴 비버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정·재계 유명 인사, 스포츠 선수, 연예인이 가세한 터라 온 관심이 오바마 대통령의 동참 여부에 쏠렸다.

백악관은 오바마의 동참 여부를 계속 캐묻는 언론에 "오바마 대통령이 얼음물 샤워 캠페인 참여를 사양했다"며 "적당한 금액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은 미 연방 정부의 방침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 연방 하원은 소속 공무원과 외교관, 군인, 하원의원 등에 대해 '공직자의 민간 자선기금 모금행사 참여는 특정 이슈에 대한 선호와 편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행사 참여를 금지했다. 국무부는 해외 각 대사관에 발송한 전통문에서 "현행 공직자 윤리규정은 명분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공직을 사사로운 목적(기금 모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래 들어 안전사고나 모금 정당성 논란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미 가톨릭 신시내티 대교구는 "교리상 반대하는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루게릭병 치료제를 개발한다"며 관할 113개 학교 학생들에게 성금을 내지 말 것을 요청했다. 켄터키주 캠벨스빌대에서는 소방관이 얼음물 샤워 캠페인 현장을 정리하다 감전돼 2명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모금운동을 처음 시작한 코리 그리핀(27)이 매사추세츠주의 해안 피서지 난터켓에서 다이빙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ALS는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약 3주간 총 4200만 달러(427억9800만원)에 이르는 성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10만 달러(21억4000만원)가 모이는 데 그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