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중독성 술과 차원 달라 흡연자의 90%가 중독 상태”

입력 2014-08-23 03:09
“담배의 중독성은 술과 차원이 다르다. 술의 중독률은 5%에 불과하지만 담배는 흡연자의 90%가 중독 상태다.”

미국 스탠퍼드대 로버트 프록터 교수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 규제와 법’ 심포지엄에 참석해 담배의 유해성을 이같이 설명하며 “담배회사들은 흡연 피해 소송에서 모든 법조항을 총동원해 이런 과학적 사실을 다르게 해석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프록터 교수는 80여건의 담배소송에 참여해 전문가로 증언했다. 지난 7월 플로리다주 법원이 담배회사에 징벌적 배상금 24조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할 때도 증인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심포지엄에서 “담배회사들은 흡연자의 선택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1950년대부터 담배회사들은 흡연을 ‘멋있고 유익하며 세련된 행동’으로 인식시키려 기상천외한 마케팅을 벌여 왔다는 것이다. 질병치료 효과가 있는 듯 이름 붙인 ‘천식 담배’, 유명 대학 이름을 딴 ‘하버드 담배’ 같은 제품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해 “소송이 진행되면 흡연과 담배회사에 관해 수많은 진실이 공개될 것”이라며 “이런 소송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금연정책이 된다”고 말했다. 프록터 교수와 함께 방한한 샤론 유뱅스 변호사도 미 연방정부 검사로 담배소송을 주도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담배소송의 중요한 성과는 대중이 담해의 유행성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뱅스 변호사는 담배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로 담배회사의 기만을 보여줄 내부 문건 확보를 꼽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