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세월호 특별법 여야 대치정국의 해법을 놓고 청와대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고민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기간 단식을 이어간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면담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단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김씨와 만난다 해도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22일 "대통령의 면담 자체가 아니라 만나서 뭘 얘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법 처리는 여야 합의로 이뤄질 사안이므로 불개입 선언을 한 청와대로서는 다른 방안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오전부터 부산을 찾아 국제금융센터 개소식과 중소기업인 오찬, 자갈치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이어갔다. 7·30재보선 후 첫 민생 탐방에 나선 것이지만 정국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러나 김씨가 세월호 대치정국의 아이콘처럼 부각돼버린 상황에서 그를 계속 '문전박대'만 할 경우 이에 따른 민심 악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흐른다. 특히 김씨가 단식 40일째인 이날 오전 건강 악화로 병원에 실려가면서 청와대의 고뇌는 고조되는 양상이다.
여권 내부에선 박 대통령이 법 준수와는 별개로 민의를 듣고 국민을 보살펴야 하는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행보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도 나서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라도 만나셔서 단식을 중단할 것을 간곡히 설득하고 어루만져야 한다"며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민의를 다독이는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최소한 상징적인 차원에서 청와대 정무라인이 김씨를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유민아빠’ 김영오씨 면담 망설이는 청와대, 왜?
입력 2014-08-23 04:13 수정 2014-08-23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