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회담 열어 위안부 문제 해결 필요” 무라야마 전 日총리 초청 토론회

입력 2014-08-23 03:09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 전 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한·일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0) 일본 전 총리는 22일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겨냥해서는 “무라야마 담화를 못 지키는 사람은 총리직에 머무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재단 주최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문제’라는 주제의 기조발표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정식으로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하던 1995년 2차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의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금 일본만이 생각해서 안을 내라고 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위안부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면 한·일 협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문제는 역시 정상끼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지금까지 경위도 다 파악하고서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 해결책을 구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결하면 더 납득할 수 있을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베 현 내각이 내년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담화를 무력화하는 새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공식적 역사인식이고 전 세계에 나타낸 국제공약이 됐으므로 재검증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한다면 이 세계에서 일본이라는 국가가 살아갈 수 없다. 일본국 수상이 된 사람은 이를 지켜야만 한다. 이것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공직에 머무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3년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 역사인식이고 이를 부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재임 당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제1당인 자민당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결국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무라야마 전 총리를 비롯해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국내외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