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염성덕] 병영문화 개선하려면

입력 2014-08-23 03:09

군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가 근절되리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생때같은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군내 가혹행위가 없어지기를 희망하지만 실제로 가혹행위가 사라질 것으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군 생활을 하면서 폭행이나 갈취를 당한 사례를 수없이 접하게 된다. 전 국민이 분노한 윤모(20) 일병의 사례처럼 무지막지하게 때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런저런 가혹행위나 비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인의 아들이 해병대 일병일 때 상병으로부터 얼굴을 맞아 고막이 터졌다. 지인이 국방부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폭행사실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국방부 A대령에게 전화해 폭행사실을 전했다. 그 대령은 해당 부대에 경위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軍내 종교활동 크게 강화해야

그 다음에 A대령이 한 말에 기가 막혔다. “해병대에서 그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 그리고 급한 대로 응급조치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삶은 달걀을 까고 나면 하얀 막이 나오는데 그 막을 가위로 잘라서 고막이 터진 귀 안을 막으라고 해라. 과거에 그렇게 했다.”

아니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 첨단 과학시대에 신통할 것 같지 않은 방법을 제안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고막이 터졌으면 군병원이나 민간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하면 될 일 아닌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군내 폭행이 근절될 리 없음을 피부로 느꼈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대대급 부대에서 생긴 일이다. 이 부대는 청와대 외곽경비를 담당해 나름대로 규율이 만만찮았다고 한다. 한두 달 사이 병사 2명이 자살했다. 한 명은 군화 끈으로 목을 매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소총을 발사해 목숨을 끊었다. 이 병사가 내무반에서 소총을 난사했다면 여러 장병이 사망하거나 다쳤을 것이다.

이 부대에는 이병과 일병들의 월급 카드를 빌려 1만∼2만원씩 사용하고 갚지 않은 병장도 있었다. 그 병장은 분명히 빌리는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빼앗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푼이 아쉬운 군 졸병 시절에 1만∼2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다. 거리 폭력배나 할 수 있는 일이 군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 장교들만 몰랐다. 이런 부대원들이 유사시 전우애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부모는 아들이 볼모로 잡혔다고 생각해 하소연을 못하고, 병사는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 신고를 못할 뿐이다. 이런 사례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을 뿐 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군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를 의미하는 관심병사(입대 100일 미만인 이등병 포함)가 전체 현역병의 23%인 8만명가량 된다. 우리나라 군대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 1종교 갖기 운동 고려하길

국방부가 대책들을 발표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태다. 국방부는 이번 기회에 군내 종교활동을 확실히 강화해야 한다. 군종장교와 군종병을 늘리고 민간인 신분인 군선교사의 군내 종교활동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군 사역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군종활동을 연대급 부대에서 대대급 부대로 확산해야 한다. 장병의 정서안정과 사기앙양에 도움을 주는 ‘1인 1종교 갖기 운동’도 고려할 만하다. 군종장교들은 관심병사들을 지속적으로 돌본다는 자세로 사역에 임하기 바란다.

염성덕 종교국 부국장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