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인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본래의 취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자들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일부 유명 인사들의 이벤트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스 버킷 챌리지는 미국 투자회사의 전 매니저 코인 그리핀(27)의 제안으로 루게릭병협회가 지난달부터 시작한 모금운동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 연예·체육계 인사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은 2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전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수행했다. 전날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도 동참했다. 최 감독은 제자들에게 얼음물 세례를 받은 뒤 “루게릭병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 퍼포먼스에 동참한 모든 사람이 최 감독처럼 루게릭병 환자들과 아픔을 나누는 것 같진 않다. 배우 이켠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처럼 근육이 수축되는 고통을 묘사한 건데 다들 너무 재미삼아 즐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일부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들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생활고에 대해선 아무 이야기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광희 한국루게릭병협회 사무국장은 “한 달에 400만∼5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때문에 스스로 호흡기를 떼는 환자들도 많다”며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보다 24시간 누워 꼼짝도 못하는 루게릭병 환자와 그 가족의 아픔에 더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확산되면서 협회엔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이보다는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10배로 커졌으면 좋겠다는 게 협회의 바람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되면서 사멸하는 질환으로 현재 우리나라엔 3000여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아이스 버킷 챌린지] 국내서도 “유명인 이벤트 전락” 우려 목소리
입력 2014-08-23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