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등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된 뒤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제기된 군 사법체제의 주요 개선안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군이 아직도 국민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군 사법제도 현황과 개선 논의'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에서 국방부는 '심판관 제도 폐지 불가'와 '관할관 확인 조치 폐지 불가'를 적시했다. 14쪽 분량의 문건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병영문화 혁신 고위급 간담회' 참고 자료로 쓰기 위해 작성됐다. 국방부는 당초 회의 명칭을 '군 사법제도 개선 토론회'로 정했으나 사법 개혁에 군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자 회의 직전 급하게 변경했다.
문건의 핵심은 부대 사령관이 일반 장교인 부하를 재판관으로 임명해 상관의 '입맛'대로 판결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심판관 제도'와 사령관이 직접 관할관을 맡아 1심 판결과 감경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관할관 확인 조치' 등에 대한 폐지 요구를 일축하는 내용이다. 군 사법체제의 독립성, 신뢰성 확보를 위해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해 놓고선 내부적으로는 사전에 수용 불가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은 "대폭적인 군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 심판관 제도에 대해 "민간에서도 국민참여재판 등 비(非)법률가의 재판 참여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옹호했다. 군 수뇌부의 사법권력 통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관할관 확인 조치와 관련해서는 "부대 통솔을 위한 지휘권과 부대 병력의 유지·파악·관리를 위한 인사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존치 이유를 설명했다. 관할관의 감경 권한 행사가 '제 식구 감싸기'에 동원된다는 비판에는 "법무참모가 건의하고 지휘관이 승인하기 때문에 일방적 행사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문건과 관련해 "중간 버전으로 실제 회의 때는 다른 자료를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심판관 제도와 관할관 확인 조치 폐지는 안 된다는 등 단정적으로 표현된 부분을 지적해 수정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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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단독] 국방부, 軍 사법개혁 미온적
입력 2014-08-23 23:30 수정 2014-08-23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