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깃털의 진짜 목적

입력 2014-08-23 03:09
시조새 화석

동물의 세계에서는 대부분 수컷들이 아름다움이란 전략으로 암컷을 유혹한다. 특히 조류가 그렇다. 따라서 대부분의 새는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하고 예쁘다. 수컷 공작은 번식기가 되면 동그란 무늬가 있는 긴 꼬리를 부채처럼 펼쳐 암컷을 유혹한다. 수컷 원앙은 화려한 색깔의 댕기와 깃털 등으로 치장한 꽃미남으로 유명하다.

새들이 깃털을 발달시킨 최초의 목적이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처럼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연구의 발단이 된 것은 2011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발견된 시조새의 화석이다. 연구진은 그 화석에서 비행과 전혀 상관없는 뒷다리에도 칼킷형 깃털이 나 있는 걸 확인했다. 의구심을 품은 연구진은 근래 발견된 원시 조류 화석을 샅샅이 분석했다. 그 결과 칼깃형 깃털을 지닌 개체들 중 상당수가 비행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날개 길이가 너무 짧아 날 수 없거나 깃털이 있는 곳도 종류에 따라 각기 달랐다. 연구진은 칼깃형 깃털들의 형태 등을 관찰한 뒤 일부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장식용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수컷 공작의 장식용 꼬리나 수컷 원앙의 화려한 색깔은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 긴 장식용 꼬리는 도망갈 때 장애물로 작용하고, 화려한 색깔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컷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치장을 하며, 암컷들은 왜 그런 수컷들을 짝짓기 상대로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핸디캡 이론’과 ‘좋은 유전자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화려한 치장이 생존에 장애가 됨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 수컷이 난관을 극복할 능력이 충분함을 확인시키는 증거가 된다는 게 ‘핸디캡 이론’이다. 또 화려하고 긴 꼬리는 그 개체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며, 암컷은 그처럼 건강한 유전자를 지닌 수컷을 선택한다는 것이 ‘좋은 유전자 이론’이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 라이히홀프는 ‘미의 기원’이란 저서에서 이런 이론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단지 진화의 목적이 생존이라면 생명체가 굳이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생명체의 화려한 치장의 목적이 ‘억압된 환경으로부터의 자유’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의 새들도 그런 목적에서 깃털을 발달시킨 것이라면 정말 제대로 된 자유의 개념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