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못해도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열정을 품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합니다.”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 내 마사지역 내에선 한 무리의 중학생들이 말 산업 관련 진로 탐방 프로그램에 열중하고 있었다. 마사지역이란 경주마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서울 서연중학교 3학년 학생 21명은 이정민 한국마사회 진로직업체험팀장의 강의를 들었다. 말이 인류에 미친 영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몇몇은 몸을 배배 꼬기도 했지만 직업 진로 이야기로 접어들자 모두의 눈망울이 빛을 냈다.
2012년 정부는 말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2만5000명인 승마인구를 2016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조련사 마필관리사 재활승마지도사 등이 말 산업의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직업군은 고교 졸업 이후 국가자격증을 따거나 관련업계에서 경력을 쌓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이 팀장은 “재활승마지도사는 승마지도 능력과 함께 환자 및 말과 모두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해 여성 진출이 유망한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여학생들은 “나도 한번 해볼까. 그런데 말은 무서워”라며 수군거렸다.
실내 강의가 끝나고 말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노쇠해 은퇴한 경주마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쓰다듬는 체험이었다. 학생들은 미리 가르쳐 준대로 풀을 뜯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말에게 먹였다. 그러나 일부는 질겁하며 말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 팀장은 “이 직업들은 말을 좋아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학생들은 동물병원에서 말을 진찰하는 모습을 견학하고 말발굽에 편자를 갈아 끼우는 장제(裝蹄) 업무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일선 학교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12월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경마공원 다른 한쪽에선 어린이들의 조랑말 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경마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경마장은 이렇게 돌아간다. 단 월·화요일은 휴무다. 마사회 직원들은 경마가 진행되는 금·토·일요일에 일하는 대신 월·화요일에 쉰다.
과천=선정수 기자
[경마 없는 날 경마장에선 무슨 일이] “말과 친숙해지면 취업도 가능해요”
입력 2014-08-23 0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