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이 출구전략으로 재야·시민사회에 ‘SOS’를 요청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특별법 재합의안 통과를 압박하는 새누리당과 재합의안에 완강히 반대하는 유가족 사이에서 길을 잃자 ‘제3지대’에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중재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21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국회 당 원내대표실로 출근은 했지만 하루 종일 공식일정이 없었다. 일부 당직자들만 비공개 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은 일단 비판 여론에 고개를 숙이며 주말까지는 냉각기를 갖는다는 계획이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대해 유가족과 국민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유가족과 소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사회적 총의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재재협상이나 유가족 설득 모두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향후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여야 재합의안에 대한 유가족 불신이 큰 만큼 시민사회가 중재를 나서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냉각기를 가진 뒤 제3지대로 협상장을 옮길 수 있는 범국민기구가 필요해 보인다”며 “여야의 틀에서 벗어난 상태기 때문에 범국민기구를 만들어 대통령이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중재를 맡을 시민사회 인사로는 함세웅 신부, 백낙청 서울대 교수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세월호 특별법은 시민사회에서 다시 논의토록 공을 넘기고, 여야는 국회를 정상가동해 나머지 법안을 처리하는 방법도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유족 반대를 무릅쓰고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추인할 가능성은 낮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을 제쳐놓고 표결을 할 수 없다”며 “유가족과 함께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특수상황이라는 게 의원들의 공감대”라고 전했다.
당이 중심이 돼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재합의안을 유가족이 반대한다면 파기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가족 의견을 중시한다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3일째 단식 중인 문재인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뒷짐만 지고 있다.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며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유족들 요구를 통 크게 수용 못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트위터에 “유가족의 뜻을 따르겠다. 당보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썼다.
일각에서는 ‘박영선 지도부’ 퇴진론도 일고 있지만 아직 공개적인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친노계의 한 의원은 “냉각기를 갖고 유가족을 설득하면서 더 나은 안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 지도부 사퇴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박 위원장 측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협상 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박 위원장이 진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본인이 유가족으로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받아 상황을 수습할 동력을 잃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세월호 특별법 처리] 새정치연합, 시민사회 ‘동아줄’ 삼아 벼랑끝 탈출 모색
입력 2014-08-22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