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무더기 영장심사] 싸늘한 눈초리 견뎌낼 ‘보호막’은 없었다

입력 2014-08-22 03:16
검찰 수사관들이 21일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강제구인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 의원은 결국 이날 늦게 서울중앙지법에 자진 출두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방탄 국회’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지난 19일 8월 임시국회를 전격 소집했으나 입법로비 혐의를 받는 소속 의원 3명의 법원 출두를 막지는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21일 ‘야당 탄압’을 내세우며 영장실질심사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다 결국 오후에 모두 법원에 출두했다.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려 한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정치적·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오전 한때 국회 의원회관 등에 머물며 법원 측에 영장실질심사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신계륜 의원은 오전 11시, 김 의원은 오후 2시, 신학용 의원은 오후 4시에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잡혀 있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부터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는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21일만 넘기면 인신구속을 위해 국회 본회의의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한 셈이다.

검찰은 의원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오전 일찍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의원실을 직접 방문해 구인장을 제시했으나 신학용 의원을 제외한 다른 두 의원은 사무실에 없었다. 소재파악이 되지 않자 잠적설이 급속히 퍼지기도 했다.

신학용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의 강제구인 시도에 대해 “망신을 주려는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 연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후 4시에 나가면 된다”며 “최소한의 방어권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2시간30분 동안 대치하다 낮 12시10분쯤 구인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신 의원이 자진출두를 약속하자 20분 뒤 국회를 떠났다. 신 의원은 오후 3시50분 출두했다.

신계륜 의원은 오전에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검찰의 구인장 집행이 불발됐다. 그러나 그도 등 떠밀리 듯 출두할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도 오전에는 잠적했었다. 그는 오후 1시50분쯤 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 준비를 위해 국회에 출근하지 않았다”며 몸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준비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검찰을 비판했다. 김영록 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구속영장 청구가 너무 전격적으로 이뤄져 변호사 자문을 받아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일반 시민은 방어권을 충분히 주면서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소속 의원들이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하면서 결국 ‘방탄 국회’를 인정한 꼴이 됐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억울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방탄 시도가 불발되면서 욕만 먹게 됐다는 것이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