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버려진 ‘공간’

입력 2014-08-22 03:55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인 ‘공간’ 사옥이 다음달 1일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아트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연다. 2층 김수근의 작업 공간에 독일의 앤디워홀로 불리는 요르그 임멘도르프의 ‘식품 저장고’ 등이 전시돼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옛 ‘공간’ 사옥 간판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창일 회장.
자신의 피로 만든 영국 현대미술 작가 마크 퀸의 ‘셀프(self)’.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전 세계 파워 컬렉터 200명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미술계 ‘큰손’이다. 지난해 11월엔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작품인 ‘공간’ 사옥을 15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공간’ 사옥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아트 공간으로 재탄생해 다음 달 1일 개관한다. 김 회장은 개관을 앞두고 21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공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아트의 힘이 뮤지엄이라는 건물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질 것인지, 그걸 사회에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개관전 제목은 ‘Really?(정말?)’다. 김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3700여점 중 작가 43명의 작품 100여점을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의 뮤지엄 공간에서 선보인다.

“미술품을 관람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이 ‘리얼리?’라는 감탄사입니다. 그래서 개관전 제목을 ‘리얼리’라고 붙였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공간’이라는 장소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활용했느냐다. 주황색 아크릴 물감을 뒤집어 쓴 권오상의 ‘람보르기니’는 주차장으로 활용됐던 곳에 놓였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이 놓인 1층은 과거 ‘공간’의 안내 데스크가 있던 곳이다. 2층 김수근이 작업하던 방에는 그와 작품 철학이 비슷한 독일의 앤디워홀로 불리는 요르그 임멘도르프의 작품들이 있다.

층고와 창의 위치에 따라 작품을 배치해 ‘공간’의 내부 공간이 얼마나 다변적인지도 경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적 색채 추상의 선구자 고(故) 최욱경이 서울대 4학년 때 그린 ‘미인좌상’은 처음 공개된다. 영국 컨템퍼러리 미술가 마크 퀸이 자신의 피로 자화상을 만든 ‘셀프(self)’, 터키계 혼혈인 영국의 여성작가 트레이시 에민이 어린시절의 인종차별 경험을 퀼트로 표현한 ‘1963년을 회고하며’도 눈길을 끈다. ‘한 공간에 한 작가’를 기준으로 전시했다.

김구림, 이동욱 등 국내 작가 외에도 키스 해링, 바바라 크루거, 네오 라우흐 등 해외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공간’은 전통가옥의 특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대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되면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 회장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외에도 제주도에서만 미술관 4곳을 열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