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여야 의원 5명은 21일 오전 일제히 영장실질심사 기일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들이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하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찾아가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검찰이 국회 안팎 CCTV까지 뒤져가며 소재 파악에 나서자 숨바꼭질을 벌이던 의원들은 결국 한 명씩 ‘백기’를 들고 법원에 출석했다.
국회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의 검사·수사관들은 오전 6시쯤부터 의원회관에 나와 의원들의 동향을 살폈다. 검찰은 먼저 오전 10시10분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 사무실을 찾아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잠긴 사무실 문을 수차례 두드린 뒤 수사관들이 사무실 안에 들어갔지만 신 의원은 없었다. 새누리당 박상은 조현룡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재윤 의원 사무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 의원은 사무실에 휴대전화를 켜놓고 나간 것으로 알려져 한때 ‘도주설’까지 나돌았다.
유일하게 의원회관에 머물고 있던 새정치연합 신학용 의원은 잠긴 문을 열어 달라는 검찰의 요구를 거절하고 버텼다. 오전 10시50분쯤 신 의원과 면담한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이 “영장실질심사 연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출석하겠다고 한다”는 신 의원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철수하지 않았다. 낮 12시30분쯤 신 의원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온 한 검사는 “구인장을 집행하려 했는데 신 의원이 강하게 출석을 약속하니 믿고 가겠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도 잇따라 법원 출석 의사를 밝히자 국회로 출동했던 검찰은 그제야 차례로 철수했다.
오후 1시50분쯤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낸 김재윤 의원은 “처음부터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심사) 준비 관계로 오늘 국회에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러 몸을 숨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다만 예상보다 빨리 검찰이 영장을 청구해 준비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입법 로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오후 4시쯤 나타난 신학용 의원은 출석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당연히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받은 돈의 액수가 너무 크지 않으냐는 질문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계륜 의원과 조현룡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는 각각 오후 6시, 오후 8시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박상은 의원은 오후 5시30분쯤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의원 무더기 영장심사] ‘강제구인’ 검찰 국회 뒤지기에 숨바꼭질 의원들 한 명씩 ‘백기’
입력 2014-08-22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