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1일 오후, 강원도 철원 동송읍 철원평화전망대로 향하는 45인승 버스 안. 국경선평화학교 대표 정지석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정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창밖을 응시했다. 오후 8시10분까지 돌아와야 한다는 표지판이 붙은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을 지나자 정 목사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우리는 지금 남한 사람으로 갈 수 있는 최북단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만 더 가면 바로 북한이에요. 한 발이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네요.”
정 목사와 함께 북한 땅을 보기 위해 버스에 오른 승객들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주최한 ‘2014년 평화통일기행’에 참석한 31명의 크리스천들이다. 이들은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북한 땅을 보고 한반도 평화를 기도하기 위해 철원을 찾았다. 평화통일기행은 22일 소이산 순례와 기도회로 이어진다.
민통선을 지나 10여분쯤 더 들어가자 철원평화전망대가 나타났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통일기행 참석자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 가득한 한숨을 쉬었다. 냉엄한 분단의 현실을 눈앞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이후 철원 일대를 걸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이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봤다는 신흥식(64·평지교회) 목사는 “우리의 회개가 부족해 나라가 갈라져 있다. 이곳에 오니 더욱더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문을 열고 북한과의 교류를 늘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철원을 찾았다는 김광세(73) 은퇴목사는 “북한을 두 번째 보는 건데 정말 우리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크리스천들이 먼저 평화와 통일에 더 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본 이들은 철원 국경선평화학교에서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정 목사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다’(마 5:9)는 말씀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며 “분단의 아픔을 깊이 체험해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는 크리스천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기장 총회 평화통일위원장 한기양 목사가 ‘한반도 경제협력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주제로 강의했다. 한 목사는 “화해의 직분을 맡기신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교회가 앞장서서 대북 화해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촉구하자”고 말했다.
철원=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비 내리는 DMZ서 한반도 평화통일 위해 기도
입력 2014-08-22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