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 지분율 많을수록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높았다

입력 2014-08-22 03:40

SK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3개 그룹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출액 대비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그룹 계열사 중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47개 민간 대기업 그룹의 지난해 상품·용역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21일 발표했다. SK의 내부거래 비중은 26.01%로 47개 민간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높았다. 포스코(21.84%) 현대차(21.64%)가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 따져도 SK가 40조5000억원을 내부거래에 사용해 가장 많았다. 현대차(35조2000억원) 삼성(26조7000억원) LG(16조5000억원) 포스코(15조6000억원) 순이었다. 이들 5개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134조5000억원으로 전체 집단 내부거래액(181조5000억원)의 74%에 달했다.

이들 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난 것은 계열사 분할 등의 영향도 크다. SK의 경우 계열사 SK에너지가 지난해 7월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인적분할되면서 기존 사내거래가 내부거래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증가한 내부거래액은 5조9000억원 정도다. KT도 KT미디어허브와 인공위성 전문자회사 ‘KT샛’으로 분리되면서 내부거래가 4100억원가량 늘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이 2012년과 비슷했지만 전체 매출액이 3조3000억원 감소해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7개 그룹의 전체 내부거래 금액은 181조500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대기업 매출액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관행으로 논란이 많았던 시스템통합(SI), 광고대행, 물류서비스 등 분야도 정부의 집중 감시를 통해 내부거래가 줄었다. 회사 매출액 중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가 30%를 넘으면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2012년 1월부터 시행)도 내부거래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2세 지분율이 20%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42%였지만 20% 이상인 경우엔 17.52%로 치솟았다. 지분율이 30%를 넘으면 내부거래는 26.53%, 50% 이상은 46.7%, 100%인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무려 54.54%에 달했다. 내부거래 비중을 높여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키운 뒤 이를 기반으로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2세가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세금 등 필요한 자금이 많기 때문에 총수 2세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관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