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국면에 나란히 놓여 있는 한국과 일본 경제를 진단하고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양국 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일경상학회는 21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한·일 새로운 성장모델의 모색: 한·일 양국의 경험과 미래'를 주제로 한·일 경제경영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경영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국민일보 한국연구재단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등이 후원한 학술회의에서 양국 학자 130여명은 38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돌파구로 '아베노믹스'를 가동하고 한국도 성장률 2%대의 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저성장 국면을 어떻게 벗어날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는데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재공업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제조업 비중은 늘고 있지만 고용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종걸 한양대 교수는 "성장에서 소외됐던 지역과 사람들을 보듬는 사회통합을 추진하고 복지 전달 체계로 시민사회를 활용한 사회적경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지노 쓰구오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로컬 아베노믹스'란 표현이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역 성장이 일본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그는 "일본 경제가 다시 성장하느냐는 지역 발전을 얼마나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조용래 국민일보 편집인, 권오경 나가오카대 교수, 이기동 계명대 교수, 이나바 가즈야 야마구치대 교수 등은 한·일 양국이 새로운 지향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 편집인은 한국이 일본 경제를 반면교사로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90년대 초반부터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전후 제조업 중심의 낡은 경제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걸 인지하는 데만 8년이 걸렸다"며 "일본을 지켜본 한국은 체질 변화의 필요성을 비교적 빨리 인식해 새 성장모델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일경상학회는 1985년부터 매년 동아시아 경제·경영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전수민 양민철 기자 suminism@kmib.co.kr
한·일 저성장 국면 극복 위한 학자 130여명 열띤 해법 토론
입력 2014-08-22 0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