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된 제임스 폴리 기자를 포함해 시리아에서 실종된 미국인들에 대한 구출작전을 펼쳤지만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에서는 IS 대응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강경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납치된 미국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을 파견했으나 실패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예 델타포스 요원 20여명이 투입돼 억류 장소로 추정되는 시리아 북부 정유공장을 급습했으나 인질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폴리가 기고했던 글로벌포스트의 필립 발보니 대표에 따르면 IS가 폴리의 몸값으로 1억 유로(약 1357억원)를 가족과 글로벌포스트에 요구했으나 미국 정부가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과 영국은 테러단체들의 몸값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시리아에서 실종된 언론인이 20여명에 달하며 상당수가 IS에 붙잡혀 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에도 시리아에서 이탈리아 여성 2명과 덴마크인 1명, 일본인 1명 등이 IS에 의해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동영상 공개 이후 IS에 대한 강경 기조 속에 14차례에 걸친 대대적 공습을 감행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IS를 각각 '암'과 '악'에 비유하며 척결 의지를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폴리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이 '암 덩어리'(IS)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함께 IS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 시설과 인원이 있는 이라크 북부 아르빌과 모술댐 부근을 중심으로 IS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과 동시에 최대 300명의 치안요원 증파도 검토하고 있다.
증가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일단 '제한된 공습'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군사개입 확대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인 추가 희생자가 나오는 등 사태가 악화될 경우 현재의 전략기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원 대테러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피터 킹 의원은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폴리의 참수는) 사실상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군사개입 확대를 촉구했다. 같은 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역시 "총본거지인 시리아에서 IS를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도 한목소리로 IS를 규탄했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휴가까지 중단하고 관련 회의를 주재한 뒤 "충격적이고 패륜적인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처형에 나선 IS 대원은 '교도관 존(Jailer John)'으로 불리는 런던 출신 영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리아서 실종 미국인 구출작전 펴다 실패”
입력 2014-08-22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