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라이베리아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수도 몬로비아 등을 봉쇄하자 주민들이 "비인간적 조치"라며 반발하면서 사태가 폭력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몬로비아의 동쪽 빈민가 웨스트포인트 주민 수백명이 오전 군과 경찰, 해안경비대가 이 지역으로 통하는 길을 철조망, 폐자재 등으로 차단하자 시위에 나섰다.
특히 몬로비아의 한 정부 관리가 자신의 가족들만 데리고 웨스트포인트를 빠져나가는 데 격분해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군경이 출동해 공중에 총을 발사하고 최루탄을 쏴 주민 4명이 부상했다. 관리 가족은 차에 태워져 웨스트포인트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AFP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우리를 가둬버렸다"며 "아이들을 먹이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울먹였다.
라이베리아는 다른 발병국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에라리온에서는 9명, 기니에서는 2명이 숨진 데 비해 라이베리아에서는 95명이 사망했다. 라이베리아에서만 지금까지 972명이 감염돼 이 중 576명이 숨졌다.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은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하고 일부 지역은 봉쇄를 명령했다. 현재까지 에볼라출혈열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총 1350명이라고 WHO가 밝혔다.
아프리카 중부, 미주 지역에서도 에볼라 감염 의심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에볼라 의심 증세로 수명이 숨졌으며 미국에서도 두 명의 환자가 감염 여부를 검사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미국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기고에서 "최근에야 내전과 분쟁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서아프리카의 보건 체계는 심각한 불능 상태"라며 "국제사회가 수개월간 광범위한 공조를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의학과학원이 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진단 시약이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인민일보가 21일 보도했다. 군 당국의 특허기술은 조류독감 바이러스 시약 제조에도 활용돼 그동안 중국 내 전염병 확산 억제에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험단계 치료제 '지맵'을 투여받은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는 병세가 호전돼 이날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퇴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병세가 좋아진 직접적 이유가 지맵 덕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에볼라 봉쇄지역서 폭력 시위
입력 2014-08-22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