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에서는 30일까지 ‘디지펀아트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로 그린 작품이 도서관 1∼6층 곳곳에 전시돼 있다. 모바일 기기로 만든 그림이 붓과 물감으로 그린 작품과 견줄만한 수준일까라는 의문은 관람하는 동안 사라졌다.
행사를 기획한 안승준(59) 한양대 특임교수(서울도서관 명예관장)는 21일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다고 예술을 즐기는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 성향이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모바일 기기는 개인의 예술적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그 증거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35년간 몸담았던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이후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변신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지만,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화면을 캔버스 삼아 감성을 담아냈다. 그는 “회사에 있을 때 53개국에 출장을 갔는데 미술관은 꼭 들렀다. 거기서 보고 영감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면서 “아날로그 시대에선 그림을 그리는 ‘스킬’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안목’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기를 예술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이제 태동기다. 아직 정의된 명칭도 없다. 안 교수는 모바일 기기로 그린 작품을 ‘디지펀’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페스티벌을 국제 규모의 문화행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안 교수는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을 만들고,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한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갤럭시 노트3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화면이 크고 선명한 데다 S펜이 ‘붓’으로 사용하기에 탁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하드웨어가 뛰어나다고 치켜세우면서도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해선 외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S펜은 화면에 닿지 않아도 인식이 되는데, 이를 활용하면 붓으로 도화지에 물감을 뿌리는 것 같은 기법을 구현할 수 있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데칼코마니’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런 건 엔지니어들이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품 개발에 반영해야 생태계를 형성하는 제품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고민 없이 스펙만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면 중국에 따라잡힌다는 게 이미 증명됐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갤노트’로 미술을? 감성이 넘칩니다
입력 2014-08-22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