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사주 매입 나선 기업들…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입력 2014-08-22 03:20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사장은 지난달부터 동국제강 보유 지분율을 꾸준히 높여 오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13일과 14일 보통주 11만3317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14.86%로 소폭 상승시켰다. 지난달 18일에는 장 사장이 동국제강 보통주 1만5928주를 주당 7200원에 사들였다.

발포제 생산업체 금양의 류광지 사장도 자사주매입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99만5410주를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을 42.07%까지 높였다. 류 사장이 30여만주씩 3거래일간 사들이자 주식은 4%가량 상승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상장사의 특수관계인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모습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자사주매입이란 회사 특수관계인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주식시장 등에서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주식 유통을 줄여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 기대감을 타고 상승 반전한 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준다.

‘큰손’들의 자사주 매수세는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관측에 힘을 더한다. “좋은 볍씨를 고르듯 좋은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으로 ‘주식농부’라는 별칭을 얻은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자신이 2대 주주로 있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14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난 14일에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47만4853주를 추가 취득했다. 박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참좋은레저를 지난달 18일부터 25일까지 2만5000주 추가 매수했다.

2기 경제팀이 기업의 자금을 가계로 흘려보내려 배당 등 주주이익 환원 정책을 강조하자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을 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자사주매입은 배당과 같은 효과를 주면서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한국의 주주이익 환원 정책은 극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P500 기업은 최근 6년간 순이익의 평균 55%를 자사주매입에 투자한 반면, 한국에서는 순이익의 2%만 자사주매입에 썼다. 미국 증시가 주주이익 환원 정책의 힘으로 상승할 때, 한국의 보수적인 배당·자사주매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발생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금융투자업계는 기업 내부자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자사주 취득지표’를 근거로 향후 자사주매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이 지표는 현재 플러스값을 기록 중이다. 기업 내부에서 바라보는 투자심리는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다만 자사주매입을 무턱대고 호재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경영진의 동향보다는 펀더멘털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투자 활동으로 성장해야 할 기업이 자기 주식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사업 영역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