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콜린스는 2010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기업의 몰락 5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마지막 5단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다. 4단계는 단번에 사태를 역전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아 나서는 단계다. CEO를 바꾸고, 입증되지 않는 기술이나 전혀 새로운 신제품에 의지하는 단계라고 한다. 짐 콜린스는 책에서 “1∼4단계를 거치면 현금이 고갈돼 기업의 운명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 검찰의 모습을 보면 검찰이라는 기업은 짐 콜린스의 몰락 5단계 중 몇 단계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기업의 성공은 많은 매출과 이익으로 결정되지만, 검찰이라는 공적 조직의 성공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느냐의 문제다. 검찰의 위상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자만심을 가질 만한 처지는 아니다. 오히려 온갖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아무래도 1단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검찰이 욕심을 내면서 무리하게 새로운 일을 벌이지도 않으니 2단계도 아니다. 검찰 내부의 위기감이 크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걸 보면 3단계도 지난 듯하다.
4단계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위기임은 알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격렬한 토론이나 움직임이 없다. 탄식과 체념은 있는데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년간 검찰에는 스폰서 검사, 브로커 검사, 성추문 검사, 해결사 검사, 장부 검사, 혼외자 의혹 검찰총장 등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국정원 댓글 수사, 대화록 수사, 유우성 간첩 수사 등 굵직한 수사는 늘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져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그냥 묵묵히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을 ‘견딜’ 뿐이었다. 1∼5단계 중 남은 단계는 결국 마지막 5단계인데, 차마 검찰이 5단계에 와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법치주의를 원리로 운영되는 나라에서 법을 적용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관이 몰락 단계라면 검찰의 위기가 아니라 나라의 위기다.
물론 검찰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검사 임용 후 2년째 되는 해에 검사적격심사위원회를 열어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기존 검사들에 대한 검사 적격심사 주기도 현행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예고했다. 문제 검사들을 솎아내겠다는 취지다. 대검찰청도 지난 2월 해결사 검사 문제가 터진 이후 전국 감찰부장검사회의를 열어 내부 비리 감찰 강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많은 내부 고민 끝에 나온 대책일 것이다. 그런데 미덥지가 않다.
차라리 발상을 전환해 검찰도 기업들처럼 외부 경영 컨설팅을 한 번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일종의 위기진단 컨설팅이다. 각종 위기지수들을 측정할 변수들을 만들고, 새로운 시선으로 검찰 조직의 문제점과 업무를 진단해보자는 것이다.
검찰이 기업이 아니니 측정 변수들을 만들기도 쉽지 않고, 검찰 조직의 특성상 비공개 정보도 많을 것이다. 검찰 조직을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진단할 능력을 가진 컨설팅 회사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고, 능력이 있더라도 검찰을 진단해 보겠다고 나설 간 큰 컨설팅 회사도 없을 듯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몰락하는 제국처럼 국민들로부터 멀어져가는 검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검찰을 보고 싶다.
남도영 사회부 차장 dynam@kmib.co.kr
[뉴스룸에서-남도영] 검찰, 조직 컨설팅 받아보라
입력 2014-08-22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