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3부] (2) 나는 왜 교회를 찾았나

입력 2014-08-22 03:26
기름유출사고 이후 교회에 본격적으로 출석하기 시작한 진영하·김병란 의항교회 집사 부부(오른쪽부터)가 펜션을 찾아온 옛 직장 동료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펜션을 운영하는 진 집사 부부는 교회의 섬김 활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대전산성감리교회 성도들이 지난 19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마을회관에서 학암포교회와 함께 지역 어르신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학암포교회 제공
삼계탕 식사 대접을 하고 있다. 학암포교회 제공
“‘교회가 우리 마을을 이렇게 열심히 돕고 있구나’ 감명을 받아서 나오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마음이 힘들 때 이 교회 저 교회 기웃거린 정도였지 출석 교회를 정해 놓은 건 아니었거든요.”

충남 태안 만리포 토박이인 국희열(71·여·만리포교회) 집사가 교회를 제대로 다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교회의 헌신적인 섬김이었다.

만리포해수욕장 입구 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만리포교회(유성상 목사)는 기름유출사고가 터지자마자 임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했다. 지역주민들이 방제 작업에 나서게 되자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6개월 정도 운영된 지역아동센터는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 집사는 21일 본보와 통화에서 “무엇보다 교회 봉사활동이 단발로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 게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만리포교회 1층에 마련된 기름유출사고 사진 전시실을 6년째 관리하고 있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교회를 찾은 이들의 사연에는 ‘교회 섬김’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기름방제작업 같은 봉사활동 대부분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마을 주민들에게 교회는 가깝고 친숙한 공간으로 각인됐다. 주민들은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사고 수습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신두리교회(장석정 목사) 이강열(58) 집사는 “전국 각지에서 기독교 자원봉사자들이 마을 교회로 달려와 일하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면서 “교회에 등록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소속인 신두리교회는 사고 발생 직후 성결교회센터를 만들어 전국에서 찾아온 봉사자들을 위한 작업지역 안내와 식사제공 등을 도맡았다.

사고 이후 열린 부흥회나 새 신자 초청 행사는 교회에 호감을 지니고 있던 주민들과 교회를 신앙적으로 직접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주민들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전도로 이어졌고, 신앙생활은 물론 섬김 활동도 함께 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진영하(67) 집사는 2009년 12월 의항교회에서 열린 부흥 집회에 참석하면서 정식 교인이 됐다. 1년 뒤에는 30년 넘게 불교 신자로 살았던 아내 김병란(64) 집사까지 합류했다. 지난 18일 만난 김 집사는 “교회를 다니니 남에게 기도를 부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기도를 직접 하니까 편하더라”면서 웃었다. 교회 옆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진 집사 부부는 여름철 교회 수련회 때면 숙소나 식당 등을 행사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2008년 말부터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박희자(70·여·의항교회) 집사는 “일터를 잃고 영생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40년 넘게 바지락과 굴 캐는 일을 해오다 기름유출사고로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다. 지난 17일 의항교회 1층 교육관에서 만난 박 집사는 “처음에는 시간이나 때우자는 마음으로 교회에 왔는데, 예배 때 좋은 말씀도 듣지, 밥도 같이 먹지, 수다도 떨 수 있지, 고마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전했다.

현지 목회자들은 새 신자 외에 '잠재적 신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잠재적 신자는 현실적인 여건 등으로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교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전도가 가능한 이들을 일컫는다.

10년째 태안에서 목회 중인 김진택 학암포교회 목사는 "기름유출사고 이후 동네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진지하게 '나도 교회에 나가야 하는데…'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면서 "다양한 섬김과 교제 등을 통해 이들(잠재적 신자)에 대한 '관계 전도'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태안=글·사진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