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樂童)뮤지션(사진)의 부모님이 자녀교육법에 관한 책을 쓴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4월 ‘K팝스타2’ 마지막 무대에서 ‘악동뮤지션’ 이찬혁(18) 수현(15) 남매가 우승을 차지하자 한 심사위원이 뜬금없는 제안을 했었다. 그 뒤 수많은 출판사에서 ‘악동뮤지션을 만든 교육법’을 알고 싶어 했지만 이성근(44) 주세희(42) 선교사 부부는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얘기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현실이 만족스럽지 못해서인지 악동뮤지션 남매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몽골’이라는 광활한 대지,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10대의 싱어송라이터’ ‘독창성 있는 창의력’ ‘순수하고 서정적인 노랫말’ ‘K팝스타 우승’ 등이 시너지를 이루며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악동뮤지션의 ‘뛰어난 음악성’이 몽골에서 자유롭게 홈스쿨링을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적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 최근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마리북스)를 펴낸 이 선교사 부부는 빙그레 웃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이 선교사 부부는 자녀들을 키운 건 몽골의 초원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악동뮤지션 가족은 2008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홈스쿨링을 택했다. 온 가족이 이른 아침 가정예배를 시작으로 저녁까지 함께하며 아이들은 공부와의 외로운 싸움에, 부모는 뚜렷한 확신이 없었던 홈스쿨링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가장 든든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외롭게도 아프게도 만듭니다. 자칫 방심하면 훼손될 수 있는 가족이란 테두리를 끊임없이 보수해 나가는 작업 없이는 온전한 울타리로 남아 있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이 선교사 부부는 남매가 어렸을 때부터 “너희는 하나님의 걸작품”이라는 말을 입이 닳도록 해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남매는 남들이 ‘못난이’라고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못나니’라는 노래를 만들어서 부를 정도로 ‘우리가 못 생겼나? 못 생겼다면 그래도 좋아’라고 쿨하게 인정한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지만 외모 때문에 주눅 든 적이 거의 없단다.
이 선교사 부부는 “누군가 재능은 심심할 때 나온다고 했다”면서 “때가 올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려주면 된다”고 강조한다.” ‘내 아이의 재능 발굴’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이 선교사는 부모의 생각만으로 전문가를 찾거나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지켜보고 내버려두기를 권했다. “아이한테서 어느 정도의 재능이 보이면 우선은 아이 혼자 마음껏 해보게 하세요. 아이가 진짜 재능이 있으면 혼자 실컷 하다 자기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선교사 부부가 특별히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는 ‘사랑은 비워야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을 때도 가족 만장일치로 몽땅 기부했다. 300만원쯤이었다면 여행도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사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썼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큰 액수여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아들 찬혁이 내놓은 제안은 그야말로 통 큰 주장이었다. “기부를 하면 되잖아요. 몽땅 다 하세요. 우리가 ‘K팝스타2’에 나간 것이 돈 때문도 아니고 말이에요.”
이 선교사는 2008년 5월 몽골로 이주하기 전까지 10여년을 출판인으로 일했으며 기독교 선교단체 ‘한국다리놓는사람들’에서 5년간 몸담았다. 이 선교사의 가족은 여전히 전원 홈스쿨링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1집 앨범을 낸 찬혁이와 수현이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고 이 선교사 부부는 경희사이버대학 한국어문화학과 재학 중이다.
악동뮤지션처럼 긍정적이고 기본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비법으로 이 선교사는 아프리카 한 부족의 자녀교육법 예화를 소개했다. “아이들이 14세가 되면 어른으로 인정받는 성인식을 갖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칼 한 자루를 달랑 쥐어주고 맹수들이 우글대는 정글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이 모르게 숨어서 아이들에게 위험이 닥치지 않을까 지켜보면서 함께 밤을 새운다고 합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악동들 키운건 몽골 초원 아닌 사랑과 관심”
입력 2014-08-23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