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좌초된 채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새 합의안도 세월호 유가족 반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지 못하는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합의안에 대한 당내 추인도, 유가족 설득도 이뤄내지 못한 데다 당장 당 지도부를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유가족이 여야와 유족 간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것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5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를 향한 따가운 시선은 오롯이 여야가 함께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족 단식농성에 합류한 문재인 의원의 행보는 ‘과연 책임 있는 행동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문 의원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김영오씨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에 동참했다. 여야 재합의안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도 없었다. 그러면서 19일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김씨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신 단식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유족들과 뜻을 같이한 것이다. 대선 후보에다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낸 그다. 국정 운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어본 인물치고는 가벼운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은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탓인지 단식 3일째인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민 아빠 단식 39일째, 단식을 멈춰야 할 텐데 말을 듣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재협상이 유족들 동의를 받지 못했으니 가시방석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행동이 단식 중단으로 이끌 수 있었는지, 오히려 부추겼는지는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유가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것도 무리한 발상으로 보인다. 법학자들과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참담한 유족들의 심정을 위로하는 것과 국가적 정책 결정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원고 희생자 유족 외에 일반인 희생자 유족들도 “여야 간 새 합의안을 거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정을 좌초 국면에서 빠져나오도록 해야 할 책임은 결국 여야 정치권에 있다. 여야는 법안 합의 과정에서 사전에 유족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충분히 못했다는 지적을 이미 받았다. 그들에게 협상 과정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양보할 수 없는 최저선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야당 내에서 ‘세월호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참으로 씁쓸하다. 여당도 “재협상에 응해줬으니 유족들 설득은 야당이 알아서 해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여당이 유족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그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설] 세월호법 여야가 책임지고 함께 관철시켜라
입력 2014-08-22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