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가 남긴 것들

입력 2014-08-22 03:30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가 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데다 ‘수학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수상해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국제수학연맹(IMU) 차기 회장인 모리 시게후미 박사는 “2018년 개최국인 브라질이 이렇게 대회를 잘 치러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울대회를 극찬했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는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남긴 대회였다. 우리나라는 황준묵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5명이 초청연사로 강단에 섰다. 1981년 IMU 가입 이래 한국인 기조연설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 하겠다. 그만큼 세계 수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국은 분명 ‘수학강국’임에 틀림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년 수학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1위를 차지했고 그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는 한국 수학 영재들이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한 꺼풀 더 들여다보면 아쉬운 면도 많다. 지난해 전체 국가 연구·개발 예산 16조9139억원 중 수학 분야에 투자된 액수는 0.4%인 673억원에 불과하고, 정부가 세운 유일한 수학전문 연구기관인 수리과학연구소의 연구부 직원은 2년전에 비해 절반이 줄어든 27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초학문인 수학은 입시위주의 과목으로 간주된 지 오래다. 수학 원리를 깨우치는 교육이 아니라 공식만 달달 외워 지겹도록 문제풀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니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만 양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필즈상 수상자가 아직 국내에 한 명도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필즈상 수상자인 만줄 바르가바 프린스턴대학 석좌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수학을 즐겨라. 그리고 발견의 즐거움 같은 예술적인 방법으로 수학 교육과정을 바꿔라.” 우리가 마음속으로 새겨야 할 충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