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납세자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세무조사 강도가 크게 세지면서 세금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납세자 불복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서 납세자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비율도 높아졌다. 이는 국세청의 세금 부과가 법률적 근거에 따라 정확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모두 8조6188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1년간 세무조사 추징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법인 세무조사는 5128건에 6조128억원을 징수, 전년 대비 건수는 12.7%, 액수는 무려 33.9% 늘었다. 세입예산 징수 실적이 부진하면서 징세 당국이 추징세액이 많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세무조사를 한 결과인 셈이다. 이러니 기업들이 세무조사가 무서워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세심판원이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과된 세액을 줄이는 절차인 심판청구 인용률은 2012년 26.1%에서 2013년 31%로 늘었고, 법원의 행정소송을 통한 납세자 승소율도 2012년 11.7%에서 2013년 13.5%로 높아졌다. 납세자 권리 구제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 세무조사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세무조사 관리지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세무조사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다.
감사원이 2012, 2013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분석한 결과 무작위로 선정된 234건 가운데 218건(93.1%)은 조사 관리자가 구체적인 조사 방향을 보고서에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투명한 세무조사와 납세자 권익 보호 등을 위해 조사 보고서에 조사 내용 및 특이사항을 충실히 기재하고 별도의 상급자 지시가 있으면 이 또한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를 허술하게 작성해 감사원으로부터 “세무조사에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주의를 받았다. 세무 당국이 고무줄 잣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앞으로 ‘외과수술식 세무조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투망식 조사를 자제하고 특정 환부만 도려내는 식으로 조사를 하겠다는 의미다. 또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세무조사를 감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마나 제대로 실현될지 지켜봐야겠다. 국세청은 정부 핵심 정책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에는 발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경제 주체인 납세자를 탈세의 온상으로 몰아 무리한 세무조사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사설] 무리한 세무조사 남발 경계해야
입력 2014-08-22 0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