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격에 대한 보복” 이라크 반군 IS, 미국인 기자 참수

입력 2014-08-21 04:55

이라크 급진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의 공습에 대한 ‘피의 보복’을 예고한 지 하루 만에 미국인 사진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또 한 명의 미국인 기자에 대한 추가 처형도 예고됐다. IS가 ‘제2의 알카에다’와 같은 위협으로 급부상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긴장하고 있다.

AP와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는 19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린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5분가량의 영상에서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40)를 살해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폴리는 시리아에서 반정부군을 취재해 미국 글로벌포스트와 AFP통신 등에 기고해 왔으며, 5년여 활동 끝에 2012년 11월 시리아 북부 이드리브에서 실종됐다.

영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의 IS 공습을 승인하는 장면으로 시작돼 IS가 폴리를 사막에 꿇어앉힌 모습으로 이어진다. 폴리가 “진짜 살인자는 미국 지도자들이며 이라크 공습을 중단시켜 달라”는 메시지를 읽은 뒤 검은 복면을 쓴 IS 대원이 미국의 공습을 비판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대원은 들고 있던 흉기로 폴리를 살해하고 “이 처형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말한다.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 남부 억양을 쓰는 복면 남성이 영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는 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교도들이 이슬람 지도자 아래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부정하고 있어 그 결과 당신 국민이 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미에는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의 모습을 비추며 미국 정부 태도에 처형 여부가 달렸다고 했다.

IS가 외국의 민간인까지 처형에 나서면서 단순한 중동지역 내 반군 활동뿐 아니라 국제적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S의 세력과 자금, 각국의 동조세력 등을 고려할 때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 인권단체와 외신 등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IS는 조직원만 8000∼2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거대 테러조직이다. 관할하는 지역은 시리아 남동부와 이라크 북서부 일대로 양국의 영토 중 각각 3분의 1에 해당하며 거의 남한 면적에 육박한다.

이들은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 모술중앙은행에서만 수억 달러를 강탈해 현재 총 운영자금이 20억 달러(약 2조400여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또한 이라크 정부군과 미군으로부터 노획한 무기, 차량 등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해 왔다.

IS의 주장처럼 미국 본토까지 당장 사정권에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IS 조직원이 SNS상에 백악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듯 소규모 또는 단독 테러의 위험성은 상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한적 군사개입’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대응 기조에도 복잡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살해된 폴리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려 “아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아들은 시리아인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려 애쓰다 목숨을 바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납치범들에게 다른 인질들을 살려줄 것을 간청한다”며 “그들은 내 아들처럼 무고하며 이라크나 시리아, 혹은 세계 각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통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여자형제인 켈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참수 동영상을 보거나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