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52)만큼 ‘핫’한 배우가 있을까. ‘명량’의 열풍도 대단한데 미국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에서는 주연을 맡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루시’는 뤽 베송 감독이 연출했고 스칼릿 조핸슨, 모건 프리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최민식은 조핸슨(루시 역)을 괴롭히는 암흑가 보스 미스터 장으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식은 20일 서울 용산 CGV에서 ‘루시’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한국어로 연기하고 스칼릿은 영어로 말하지만 어떤 감정을 전달하면 스칼릿이 오롯이 잘 받아내는 걸 느꼈다”며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다시금 느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때를 “처음 경험해보는 짜릿함”이라고 표현했다.
최민식은 마약 조직의 보스로 나온다. 지하조직에 납치돼 합성 약물을 운반하던 도중 초능력을 얻게 된 루시와 끝까지 대결을 펼치는 역이다. 그는 뤽 베송 감독으로부터 직접 영화 출연을 제안 받고 나서 “나름대로 한 길로만 꾸준히 가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며 “한편으론 뤽 베송 감독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한국에 직접 오셔서 2시간여 동안 루시에 대해 성심성의껏 설명해줬어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유명 감독이고, 저는 ‘올드보이’로 평판을 얻었지만 아시아의 배우일 뿐인데도 전혀 권위의식 없이 오로지 작품에 대해서만 말씀했어요. 작품에 대한 확실한 주제의식도 가지고 있었고요.”
역대 흥행순위 1위에 오른 ‘명량’과 관련해서는 “과분하다. 진짜 실감이 안 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 어제 김한민 감독한테서 문자가 왔는데 현충사에 가자고 하더라”고 했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공산국가도 아니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건 사회가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외가 친척 중 연로하신 한 분이 전화를 걸어 왔다. 영화 잘 봤다고 하시더라. 평생 가야 영화 한 편 볼까 말까 하신 그런 분까지 관람하셨다니 승리의 쾌감과 함께 곱씹으면서 반성도 하고 현실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뤽 베송 감독은 “제 옆에 있는 연기자는 현재 가장 대중적인 연기자”라고 최민식을 띄웠다. 그는 “최민식을 캐스팅한 것은 재능 때문이다. 국적은 상관없다. 거절했다면 아마 내가 죽였을 것”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최민식 할리우드 진출작 ‘루시’ 시사회
입력 2014-08-21 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