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펼치면 어둠 속에서 가녀린 꽃송이가 태어난다. 꽃은 따스한 햇살을 받아 피어난다. 곤충에게 자신의 꽃가루를 나눠준다. 꽃은 기쁨과 감사로 삶을 노래한다. 꽃으로 엮은 화관은 아이들의 머리를 예쁘게 꾸며주고, 활짝 핀 꽃잎은 어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도 꽃은 함께한다. 가녀리고 연약한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내 간다. ‘나, 꽃으로 태어났어’는 한 송이 꽃의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시처럼 노래한 팝업북이다.
간결하고 함축적인 글에 담긴 삶을 향한 꽃의 아름다운 고백은 우리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은 2014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감각적인 색의 조합, 절제된 드로잉, 팝업 장치로 독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섬세한 종이 공예로 완성된 팝업 장치는 마치 꽃잎을 한 장 한 장 펴듯 펼쳐진다. 빨강 노랑 보라 파랑 꽃이 활짝 핀 찬란한 꽃의 세계로 초대한다. 꽃향기가 불어오는 것만 같다. 책을 세워 펼치면 아코디언 형태를 갖춘 ‘병풍 책’이 돼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각 장면 속에 숨은 아주 작은 무당벌레를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꽃 한 송이 선물하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삶의 기쁨과 감사를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하다. 이세진 옮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어린이 책-나, 꽃으로 태어났어] 책을 펼치면 꽃이 활짝… 향기가 폴폴
입력 2014-08-22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