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11시59분, 느닷없이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정의화 국회의장 명의의 8월 임시국회 집회 공고문이 게시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바로 직전에 소속 의원 130명 전원 명의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그 시각 국회 본관에서 마라톤 의원총회를 이어갔다. 여야 원내대표가 막판 담판을 통해 도출한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놓고 5시간 넘게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추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새정치연합이 표면에 내세운 임시국회 소집 명분은 ‘세월호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였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안 처리를 빌미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료 의원들을 감싸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는 지적이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안팎에선 “‘방탄 국회 본색(本色)’을 그대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새정치연합이 기습적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재합의안에 대한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세 의총에서 수용할지 말지 갈피조차 못 잡았기 때문이다. “유가족을 설득해 추인하자”는 주장과 “유가족 의견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하루 이틀 사이에 입장을 정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11시59분이란 시간도 방탄 국회라는 의구심에 힘을 싣고 있다. 국회법상 임시국회는 소집공고 사흘 뒤에 열리도록 돼 있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에서 20일로 넘어가기 1분 전 8월 임시국회 집회가 공고되면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정치연합 김재윤 신계륜 신학용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하루 번 셈이다. 야당이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새정치연합 의총 도중 세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임시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다고 한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의 경우 자신이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임시국회 소집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방탄 국회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검찰이 수사하는 의원들 문제가 아니라면 왜 7월 임시국회가 종료되기 1분 전에 국회를 소집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도 처리 못 하면서, 본회의 개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22일부터 회기를 열도록 요구한 것은 정말 (의도가) 눈에 보이는 처사”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대신 25∼31일을 회기로 정하고, 25일 법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측은 방탄 국회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문병호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어차피 국회가 열려도 정부에서 체포동의안을 내면 국회는 의결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소수당이기 때문에 구속을 막을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은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당내에 ‘야당탄압저지대책위원회’도 만들었다.
대책위원장을 맡은 조정식 사무총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이 야밤 기습작전을 하듯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고 사정정국 조성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해당 의원들이 그동안 검찰 조사에 충실히 임했고, 현역 의원 신분으로 도주 우려도 없는데 야당 의원을 표적 삼아 망신 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회의에서 “법 위에 성역이 없다. 하지만 법 집행은 균형을 맞춰야 된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자정 1분 앞두고… ‘방탄국회’ 본색 드러낸 野
입력 2014-08-21 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