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냐 유족이냐” 딜레마 빠진 새정치연합

입력 2014-08-21 04:44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여야의 재합의안에 대해 20일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어려운 결정의 기로에 섰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재재협상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동안 당과 보조를 맞춰 온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당이 ‘박영선 지도부냐’ ‘세월호 유가족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의원총회에서 재합의안에 대해 표결까지 가면서 당내 분열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월호 유가족은 재합의안 반대로 ‘박영선 지도부’에 대해 사실상 불신임을 내린 셈이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박 대표가 애초 지난 7일 전격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하면서 협상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당시 일방적인 합의로 세월호 유가족의 불신이 커졌고, 당내 반발로 여당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협상 주도권마저 놓쳤다는 것이다. 친노계의 한 의원은 “협상 내용보다는 절차상의 문제가 많았다”며 “지난 7일에도 유가족들이 엄청나게 분노했었는데 재협상 때도 가족들과 충분히 소통하는 것을 고민해야 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그동안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여당과의 ‘합의 처리’에 지나치게 강박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특히 그동안 박 위원장을 지지해온 친노(친노무현)계와 초·재선 강경 그룹이 특별법 처리 문제에서는 번번이 제동을 걸면서 박 위원장의 취약한 리더십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위원장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지도부는 그간의 협상에 대해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지금 다시 여당과 협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 위원장이나 협상팀이 더 협상하기도 어렵고, 법조계 이야기를 들어봐도 더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 측에서는 당내 강경파들이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 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유가족이 동의해야 한다’는 명분 하나로 결과적으로는 지도부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 측 한 인사는 “의원 중 70%는 재합의안 내용조차 잘 모르고 반대하고 있다”며 “재재협상에 나서라는 것은 사실상 위원장을 그만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반기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으로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던 박 위원장이 현행 법 안에서 최대한으로 받아온 안을 강경파 의원들이 대책도 없이 반대한다는 불만도 크다.

결국 의원총회에서 재합의안에 대한 표결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재합의안이 추인되면 박 위원장 체제는 자리를 잡게 되지만 유가족과의 연대는 사실상 단절되면서 세월호 특별법 동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의총에서 재합의안이 거부되면 박 위원장이 더 이상 당을 이끌 명분이 사라진다. 세월호 특별법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