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고 엄호하고… ‘金-李 투톱’ 찰떡공조 빛났다

입력 2014-08-21 03:1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이완구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을 통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도부가 당내에서 공격받는 새정치민주연합과는 크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김무성·이완구 투톱 체제가 빈틈없는 공조 틀을 구축해 대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호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두 사람 다 카리스마가 강해 화합적 결합이 힘들 것이라는 당초 우려도 크게 불식됐다. 투톱의 역할 분담으로 강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는 기대감도 퍼져 있다.

20일 만난 이 원내대표는 표정이 복잡했다. 여야 협상을 주도했던 그는 “재협상안을 새정치연합이 추인하지 않아 어제(19일) 밤 거의 한 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도 최선을 다했다”면서 “박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그동안 고생 많았다’ ‘재합의안을 이끌어내 고맙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면서 “그 전화에 피로가 싹 가셨다”고 기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힘든 기색을 감춰가며 어려운 협상을 이끈 이 원내대표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은 김무성·이완구 체제가 더욱 굳건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여권이 투톱의 리더십으로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전세 역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여권에 초대형 악재”라면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새정치연합의 자중지란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투톱 체제의 안정감은 여러 장면에서 감지됐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많은 부족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저의 입장을 감싸준 김무성 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그리고 중진 의원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김 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김진태 의원 등이 여야 재합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이 원내대표가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다”면서 박수로 당내 반발을 무마했다.

당 서열 1위 대표와 2위 원내대표는 불편하려면 한없이 불편해질 수 있는 관계다. 서열은 수직적이지만 업무 영역은 수평적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는 당 운영 전반을 총괄하지만 여야 협상 등 국회 내 업무는 원내대표의 몫이다.

하지만 김 대표와 이 원내대표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선을 넘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전권을 쥐고 여야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반대로 이 원내대표는 야권의 공격이 김 대표에게 미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엄호하며 협상안에 이어 재협상안까지 무리 없이 도출해냈다.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에도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지원까지 등에 업으며 당내 기반을 확고히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 합의안 추인이 무산되자 야당을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합의한 것이 또 뒤집힌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세월호 유가족을 충분히 배려해야 하지만 유가족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안은 없다”면서 “유가족도 유가족이지만 국민 전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