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픔도 결국 나의 일”… 무연고자에게 신장 기증한 김진정씨의 생명 나눔

입력 2014-08-21 03:34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주부 김진정씨. 김씨는 제주도에 사는 40대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이식하기 위해 20일 수술대에 올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항상 네가 손해보고 살아라’, ‘남에 대해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고 어머니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하셨어요. 평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해온 어머니의 그 사랑을 보고 자랐어요.”

경남 김해에 사는 주부 김진정(43)씨는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20일 수술대에 올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김씨가 올 들어 아무런 연고 없는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두 번째 주인공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21세에 수녀가 되고자 교육과정까지 밟았지만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하고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몸담으며 이웃사랑을 실천해왔던 그였지만 연달아 시련이 찾아왔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신장기능 문제로 6년간 치료를 받았고, 5년 전에는 골육종으로 투병하던 여동생을 먼저 떠나보냈다. 지난해에는 자신도 쓸개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김씨에게는 생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씨는 “가족이 투병생활을 하다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또 나 자신이 투병생활을 하면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아픔도 죽음도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결국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모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장기기증 서약을 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두 아들과 남편은 김씨의 결심을 응원하고 지지했고, 김씨는 이를 곧장 실천했다. 지난 4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생존 시 신장기증 등록과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동시에 했다.

김씨의 신장은 제주도에 사는 40대 만성신부전 환자가 이식받게 됐다. 2006년 만성신부전을 진단받고 복막투석으로 생명을 유지해 온 그는 2008년 본부에 신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지 6년 만에 신장 이식을 받았다. 수술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이 집도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