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분야 최고 수장이 10대 흑인 청년 총격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 소요사태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퍼거슨시에서 보이는 인종 차별이 낳은 충돌과 폭력은 남아공 출신인 내겐 익숙한 광경”이라며 “이런 아파르트헤이트는 미국 각지에 만연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퍼거슨시 시위를 과잉 진압한다는 논란에 대해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한다”며 “미국은 시위할 권리를 존중하라”고 강조했다. 필레이 대표는 30여년간 변호사로 일하며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앞장섰었다.
퍼거슨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유리병을 던져 체포됐지만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경찰이 차분히 대응한데다 시민들도 경찰의 제지선 앞에 ‘인간 사슬’을 만들어 폭력 사태의 재발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백인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의 유족이 오는 25일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아울러 미주리주 대배심이 20일 사건 진상조사를 시작하고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같은 날 퍼거슨시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인종갈등으로 번지던 이번 사태 전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홀더 장관은 시민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법무부는 시민들이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시위대에 자제와 진정을 호소하는 한편 경찰에 시위 대응 전술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미주리주가 지역구인 클레어 매캐스킬(민주) 상원의원은 퍼거슨시를 방문해 “지난 며칠 동안은 경찰력이 과잉이더니 지금은 과소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매뉴얼 클리버(민주) 하원의원은 연방기관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시위대의 평정 유지를 당부했다. 클리버 의원은 “지금 일어나는 폭력 사태는 실제 필요한 일(진상 규명)에 해를 끼치거나 방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퍼거슨시와 인접한 세인트루이스에서 19일 낮 12시30분쯤 23세 흑인 남성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위가 다시 격화될지 주목된다. 샘 돗슨 세인트루이스 경찰국장은 “사망한 남성은 흉기를 들고 ‘나를 지금 죽이라’고 고함을 치면서 경찰관 2명에 다가가던 중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bae@kmib.co.kr
“과도한 경찰 무력 사용 규탄”
입력 2014-08-21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