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표류에… 속타는 청와대

입력 2014-08-21 03:18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합의와 번복을 되풀이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청와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서 정치권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 여부가 다른 각종 민생법안 국회 통과와 사실상 연계된 만큼 처리 시간이 길면 길수록 국정 운영의 동력 역시 떨어질 것이란 위기감도 퍼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여야가 법안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데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정부의 2기 내각이 출범했고, 각종 규제개혁과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치권이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기류다.

실제로 청와대가 이달 초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나 관광진흥법 개정 등은 국회 통과 시기를 예상할 수 없을 정도다. 박 대통령이 발표한 국가 혁신의 요체인 정부조직법이나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유병언법),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김영란법) 등의 처리도 벽에 부닥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투자를 유도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계속 잠자는 상황”이라며 “경제·민생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데 여건이 도와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연일 정치권을 질타하고 때론 초당적 협조를 당부하는 것도 이런 현실에서 연유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정치권을 직접 질타하면서 경제 활성화 및 민생 관련 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닌데 지금 과연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국회 법안 처리 지연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인가. 정치권 전체가 책임질 일”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또 8·15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경제 법안들의 발이 묶여서 어렵게 일궈낸 경제 활성화의 불씨가 언제 꺼져버릴지 모르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혁파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네 탓 공방’ 때문에 빛이 바래고 있다는 의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