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전석운] 이번엔 음란 검사장인가

입력 2014-08-21 03:34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 혐의 사건은 망측하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감독하는 지방검찰청의 검사장이 음란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돼 관내 경찰서 유치장에 11시간 동안 구금된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설마 검사가, 그것도 오랜 수사 경험을 갖고 있는 현직 검사장이 대로변에서 여고생을 놀라게 할 만한 이상한 짓을 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가 사건 직후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갖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때만 해도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을 미뤄볼 때 김 전 검사장의 행태는 미심쩍은 데가 한둘이 아니다. 경찰이 다른 사람으로 오해했다면 현장에서 바로 신분을 밝혔어야 했다. ‘내가 제주지검장인데, 사람 잘못 본 것 아닌가’라고 말했어야 했다. 아무 잘못이 없다면 오히려 경찰이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동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풀려난 다음 날 외부에서 작성한 진술서를 수사기록에 첨부하라고 검찰청 직원을 경찰서로 보냈는데 이 직원은 경찰에 폭언을 하면서 모욕죄로 입건되는 물의를 빚었다.

경찰은 당당하게 수사하라

김 전 검사장은 음란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현장 CCTV에 음란행위가 포착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CCTV 속 음란행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감식하고 있다니 진실은 금방 드러날 일이다.

경찰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도록 돼 있지만 범죄 혐의가 적발되면 그가 검사라 하더라도 당당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적법 절차에 따라 현행범을 체포한 것이다. 죄가 되고 안 되고는 보강 수사와 물증을 토대로 판단할 일이다. 행여 검찰의 위세에 눌려 조사를 대충 하거나 의혹을 남겨서는 안 된다.

경찰이 관사를 빠져나가는 김 전 검사장에게 승합차를 제공해 취재진을 따돌린 것은 비록 사소하지만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 경찰은 아직도 그를 피의자가 아니라 감독기관의 ‘높은 사람’으로 예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대한민국 검사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다. 그런 만큼 고도의 도덕성이 검사에게 요구되는 것이며, 검사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더욱 강하다.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1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2012년 구속 기소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에게 당시 검찰이 징역 12년6개월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과 검사가 가진 권한 등을 고려해 김 부장검사에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말한 당시 특임검사가 아이러니하게도 김수창이다. 대검 감찰과장에 특임검사를 지낸 이력으로 ‘검사 잡는 검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김수창은 ‘경찰에 체포된 검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은 벼랑끝이란 생각해야

검사들의 추문행렬에 끝이 없다. 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신출내기 검사부터 별장 성접대를 받은 법무부 차관까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이번엔 검사장이 음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 선발과 승진 단계에서 인성검사와 정신건강검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은 권력 남용의 소지가 많은 기관이다. 엄격한 내부 자정과 혹독한 외부 견제가 있어야 한다. 검사들은 공직 비리는 물론 개인 추문에 휘말리지 않도록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검찰에 막강한 권한 행사를 위임하고 있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전석운 사회부장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