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기수] 軍 정신진료체계 손질 시급

입력 2014-08-21 03:17

GOP 총기난사 사건, 윤모 일병 구타사망 사건, 자살사건이 잇따르자 입영 대상 아들이 있는 부모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무서워서 (자식을) 군대 못 보내겠다’는 식의 한탄이 쏟아진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강군으로 거듭나 우리의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이제 사태를 추스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기강을 바로잡자니 신세대 장병들이 억압으로 받아들이고, 동료에 대한 우애와 배려를 강조하면 남의 옷을 입는 듯 어색해 하고 낯설어하기 십상이다. 저출산 풍조로 인해 형제 없이 자란 탓이라는 풀이가 뒤따른다. 입영 자원 부족으로 입영 면제를 최소화하려는 현재의 병무 정책이 계속 유지되는 한 비슷한 유형의 사건사고가 또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론은 지금 폐쇄적인 병영의 조직문화부터 개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군의관 경험이 있는 대학병원 교수 몇 분에게 물어봤다. 답이 뭐냐고. 그 결과 우리 군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정신과적 처방 몇 가지를 얻었다. 우선 정신과적 문제가 분명히 드러난 젊은이의 경우 징집을 면제하는 게 옳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입영 자원 부족으로 장병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데다 자칫 병역 비리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부담은 최근의 잇단 사고에서 보듯 고스란히 군이 뒤집어쓰게 된다. 우리는 그만큼 혈세를 더 물어야 한다.

지난 6월 GOP 총기난사 사건의 임모 병장과 윤 일병을 구타해 사망케 한 이모 병장도 현역 복무 부적합 대상으로 분류된 이른바 관심병사였다. 관심병사란 정신이상자, 신체허약자, 우울증 환자, 자살기도자, 언어지체 및 소통장애자, 염세주의자 등 집단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을 일컫는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국회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역한 관심병사는 3813명이었고, 올해도 6월 말 현재 벌써 2000명을 넘어섰다(국민일보 8월 19일자 10면).

만약 입영 과정에서 이들 현역 복무 부적합자에 대한 식별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혹은 군생활 중 이들에 대한 적절한 정신과적 조처와 함께 말 그대로 지휘관의 ‘관심’이 충분히 보태졌더라면 중도 전역은 물론 사고도 안 일어났을지 모른다.

신세대 입영 대상자는 대부분 핵가족 세대의 외아들이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둘 이상의 형제 틈에서 큰 기성세대와 다른 특질을 보인다. 예컨대 요즘 아이들은 휴대전화 없이 못 산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은 물론 그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의 군대는 별로 변한 게 없다고 한다. 구타 같은 얼차려도 ‘군대니까 그럴 수 있다’고 관행대로 안일하게 대처하니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무조건 윗사람 말에 복종토록 하고, 소통도 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병영문화로는 신세대 장병들을 구속할 수 없다. SNS, 동호회 활동 등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커뮤니티를 이뤄 자유롭게 생활하던 아이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군기와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군대에 적응하게 하려면 그야말로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굳이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도 좋다. 의사들은 사회복지사든, 임상심리사든 병사들의 고충을 귀담아들어줄 인력을 적어도 연대 단위당 1명 정도는 배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은 성격장애자와 스트레스 누적 병사들에 의한 군의 전력 약화를 막기 위해 군의관 외에도 경험 많은 군종 의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신세대 병사들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데 이왕이면 경험이 많은 군종(별정직 군의관)을 다수 써봄직하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