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점령할 '차붐'의 후예는 누구일까. 오는 23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분데스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으로 진출한 한국 축구의 해외파 가운데 최다 인원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데스리가의 한국 선수는 모두 7명이다. 구자철(25·마인츠)과 손흥민(22·레버쿠젠) 등 공격수부터 박주호(27·마인츠)와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 등 수비수까지 대부분 국가대표팀의 핵심 전력들이다.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집중됐던 대표팀의 해외파의 중심이 분데스리가로 이동한 형국이다. 과제는 뚜렷하다. 1970∼80년대 분데스리가를 넘어 유럽까지 점령했던 '차붐' 차범근(61)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월드컵에서 실패를 경험했던 한국 축구의 새로운 4년도 이들의 발끝에 달렸다.
◇손흥민, 그리고 젊어진 레버쿠젠=손흥민에게 분데스리가는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이다. ‘신성’이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경력을 쌓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뛰었던 함부르크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본격적인 전성기는 지난해 6월 입단한 레버쿠젠에서 시작됐다.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10골을 넣어 주전 공격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우승 경쟁이 가능한 소속팀의 전력은 손흥민에게 호재다. 지난 시즌 성적은 4위였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선두를 질주했지만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의 뒷심을 저지하지 못했다.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공격수 스테판 키슬링(30·독일) 등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레버쿠젠을 지탱해 왔다. 새 시즌을 앞두고 로저 슈미트(47)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영입했다. 젊어진 연령층을 바탕으로 상위권을 장기간 유지할 만한 체력도 확보됐다. 지난 시즌 입단해 2경기 출전에 그쳤던 신성 류승우(21)는 2부 리그인 브라운슈바이크로 6개월간 임대됐다.
◇역전을 노리는 구자철과 지동원=구자철과 지동원(23·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새 시즌은 도전이다. 지난 시즌 내내 시달렸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
구자철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 소속이었던 지난해 10월 대표팀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입고 2개월을 넘게 쉬었다. 이로 인해 마인츠로 이적한 지난 1월까지 침체를 이어갔다. 좀처럼 출전 기회도 잡지 못했다. 마인츠에서 꾸준하게 주전 수비수로 뛴 박주호(27)와 대조적이었다. 재기의 조짐은 뒤늦게 나타났다. 두 번째로 겨우 잡은 출전 기회에서 골을 넣어 기사회생했다. 월드컵에서도 골을 넣어 완벽하게 회복한 몸상태를 보여줬다.
지동원의 경우 불안한 팀 내 입지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며 정상을 밟을 기회를 잡았지만 역할은 모호하다. 대표팀에서는 원톱 스트라이커지만 피에르 아우바메양(25·프랑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도르트문트에서는 백업이나 2선으로 처질 가능성이 있다. 허벅지 부상으로 개막전부터 4주간 결장하게 되면서 힘겨운 시즌이 예상된다.
◇수비수 홍정호·김진수의 도전=홍정호와 김진수(22·호펜하임)는 박주호가 먼저 개척한 분데스리가의 수비진으로 합류한 후발 주자다. 한 시즌 동안 예열을 마치고 새 시즌에 돌입하는 홍정호와 호펜하임을 통해 독일로 진출한 김진수에게는 골과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보다 출전 횟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정호는 월드컵을 앞둔 5월 대표팀 경기에서 왼쪽 발등을 다쳤다. 통증을 안고 치른 월드컵을 마친 뒤에도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프리시즌 경기를 모두 결장했다.
김진수는 지난 1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팔로마와의 독일축구협회컵 64강전에서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팀이 9대 0으로 대승하면서 합격점도 받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도약… 부활… 도전… ‘차붐’ 신화 재현 꿈꾼다
입력 2014-08-22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