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이젠 챔스리그 호령

입력 2014-08-21 03:35
손흥민이 양동이에 얼음물을 채운 뒤 머리에 붓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손흥민은 전 소속팀 함부르크 동료인 톨가이 아슬란의 지목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된 모금운동이다. 톨가이 아슬란 페이스북
2-2 균형을 무너뜨린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 ‘손세이셔널’ 손흥민(22·레버쿠젠)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팀의 승리를 결정지은 골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손흥민은 이제 독일을 벗어나 유럽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20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레버쿠젠과 코펜하겐과의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2-2로 맞서 있던 전반 42분 손흥민은 결승골이자 자신의 UEFA 챔피언스리그 첫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3대 2로 이긴 레버쿠젠은 28일 코펜하겐을 홈으로 불러들여 2차전을 치른다.

레버쿠젠이 손흥민을 인천아시안게임에 보내 달라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거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초반부터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코펜하겐의 문전을 위협했다. 전반 종료 3분 전엔 하칸 찰하놀루의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왼쪽 하단을 뚫었다. 지난 16일 알레마니아 발달게스하임(6부 리그)과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라운드에 이은 2경기 연속 골이었다.

손흥민에게 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소속팀을 옮길 당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적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8경기에 출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도움만 2개 기록했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하자 레버쿠젠은 16강에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게 1, 2차전 합계 1대 6으로 무너졌다.

손흥민은 이번 골로 최고의 3대 타이틀 대회라 불리는 유럽 리그·챔피언스리그·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넣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로는 박지성, 설기현이 이 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골을 넣어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충분히 통하는 선수임을 증명했다.

한편 손흥민도 할리우드 스타부터 국내 배우, 운동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루게릭병협회(ALS)에서 제안한 모금운동이다. 자신에게 얼음물을 끼얹은 뒤 다음 사람을 지목하고,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내에 얼음물 샤워 인증샷을 자신의 SNS에 남겨야 한다. 이를 실행하지 않을 경우 100달러를 ALS에 기부하는 것이 규칙이다. 사람들은 얼음물 샤워 영상을 공개하고 100달러 기부도 하고 있다.

손흥민은 전 소속팀인 함부르크의 미드필더 톨가이 아슬란으로부터 지목을 받았다. 아슬란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손흥민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한 동영상을 게재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