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뷰티(Kids Beauty)’라고 들어보셨나요? 화장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져 이제 초등학교 어린이들까지 화장을 한다고 해서 생긴 신조어입니다. 지난해 숙명여대 원격대학원이 서울지역 중·고등학교 남녀 청소년 107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학생은 초등학교 때(47.5%), 남학생은 중학교 때(52.7%) 화장품을 처음 사용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여학생의 절반 이상(52.2%)은 색조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유튜브에서는 한 초등학생의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앳된 얼굴의 이 여학생은 자신을 촬영한 동영상에서 일명 ‘초딩 화장법’을 소개합니다. 고사리손으로 능숙하게 ‘블러셔 브러시’(볼 색조화장용 붓)를 놀려 볼을 발그레 물들이는가 하면 ‘틴트’를 사용해 붉은 입술을 만드는 손길도 거침이 없습니다.
‘화장하는 아이’를 보는 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요, 화장 문제로 매일 딸과 ‘전쟁’을 치르는 엄마들이 많다고 합니다. ‘엄마랑 대화가 안 통한다’며 자신의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아이를 이해 못하겠다며 속을 썩이는 엄마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멘토 3인방이 나섰습니다.
아이와 소통하는 비법 3가지
화장 때문에 아이와 갈등을 겪는 이들을 위해 3명의 ‘엄마’가 멘토를 자처했습니다. 도현영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이경자심리상담연구소 이경자 소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원경 엔끌로에 원장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아트센터에서 ‘여자학교-뷰티심리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도 아나운서는 인사말에서 “화장을 통해 엄마도 딸을 이해하고 여자로 성장해가는 딸을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엄마와 딸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소장은 부모들에게 ‘아이와 소통하는 세 가지 방법’을 조언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자녀가 ‘위로받고 싶은’ 감정을 읽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시험 기간이라 힘들다”고 하면 “너만 힘드냐”고 질책하기보다 “힘들겠다”는 식으로 아이가 위로받고 싶은 감정을 먼저 어루만진 뒤에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 소장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랑의 표현이 많아요. 그건 자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에요”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자녀가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감정과 행동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세 번째는 아이와의 갈등 상황에서는 전면전을 감행하지 말고 적절히 ‘휴전’을 택하라는 것입니다. 이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의 감정은 풍선의 바람과 같아서 팽팽해지면 터지게 돼 있어요. 테이프를 살짝 붙이고 바늘구멍을 내면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 바람을 서서히 뺄 수 있어요. 가족 간에도 불편한 감정과 갈등이 고조될 때는 감정을 터뜨리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그런 다음, 자신의 감정을 자녀에게 솔직하게 표현하세요.”
장점을 얘기해주세요
강연을 마치고 체험학습도 진행됐습니다. 객석에 앉은 엄마와 딸은 고무공에 유성펜으로 서로의 장점을 써 나가기 시작했는데요, 다섯 가지 이상 장점을 쓰라는 이 소장의 말에 “어렵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평소 당연하게만 여겼던 내용도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어 엄마와 딸 8쌍이 무대로 나와 원으로 된 천을 크게 펴고 장점이 적힌 고무공들을 올려놨습니다. 그러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천을 흔들어 공 튀기기를 했습니다. 공들이 튀어나가고 2개만 남자 그 공의 주인공들이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딸이 엄마의 ‘장점’을 말했습니다. “엄마는 내 방을 잘 청소해줘. 엄마는 나의 미래를 위해 통장에 돈을 다 넣어. 엄마는 내 앞에서 잘 안 울어.” 이번엔 엄마가 답을 했습니다. “하은이는 집에 들어오면서 밝게 인사해줘. 하은이는 다리가 길어서 예뻐. 하은이는 글재주가 뛰어나.” 딸은 수줍게 웃었습니다.
장점 말하기가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공감한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다른 모녀 커플이 발표를 이어받았습니다. 유정윤(15)양이 “웃는 얼굴이 예쁜 엄마.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운 엄마. 발목이 예쁜 엄마. 낳아줘서 고마운 엄마. 매일 노력하는 엄마”라고 말했습니다. ‘발목이 예쁜 엄마’ 대목에서 엄마가 몸을 비틀며 각선미를 강조하자 객석에선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엄마 이승은(45)씨는 “정윤이는 손에 물집이 잡혀도 가야금을 열심히 하지. 키는 크지 않아도 비율이 좋아. 머릿결은 비단결. 사회는 잘 못 외워도 노래가사는 잘 외우지. 춤과 노래로 가족들의 짜증을 잘 풀어줘”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소장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장점을 바라보면서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갈등을 풀고, 소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
학생들 사이에서 ‘컴사라’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눈매(아이라인)를 그리는 건데요, 듣기만 해도 아찔한 이 방법이 아이들 사이에선 흔한 화장술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화장품을 쓰지 않고 몰래 화장을 하다 보니 일찍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을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식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원경 원장은 “부모가 아이에게 화장을 못하게 하면, 아이는 지하철역 화장실 등에서 숨어서 하게 된다”며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올바른 화장법과 태도를 가르치고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조 원장은 “성장기 아이들은 지성 피부여서 로션 등을 고를 때 수분이 많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여드름이 심하면 알로에 젤을 바르라”고 권했습니다.
‘BB크림’은 피부색에 잘 맞는 것을 선택해서 로션이랑 섞어 가볍게 바르면 좋답니다. 이런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무조건 밝게’ ‘무조건 많이’ 바르다 보니 가부키처럼 보일 만큼 지나친 화장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화장도 역시 잘 닦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조 원장이 추천하는 방법은 클렌징 오일이나 비누처럼 생긴 클렌징 바를 이용해 얼굴을 씻는 겁니다. 거품을 내는 클렌징 폼은 피부의 유분까지 빼앗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조 원장은 이런 말을 잊지 않았어요. “아이들의 피부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뻐요. 그걸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화장을 시작하는 시기는 늦을수록 좋아요.”
글·사진=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슬로 뉴스-르포] 화장하는 딸 혼만 내면 몰래 ‘컴사라’ 합니다
입력 2014-08-21 03:03 수정 2014-08-21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