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누가 나를 위해 종을 울리나

입력 2014-08-21 04:17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후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습니다. 교황 방한의 영향으로 가톨릭의 위상과 인지도, 신뢰도는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에 일부 개신교의 기관과 교단 지도자들은 한국교회를 향해, 목회자들을 향해 회개와 각성을 촉구합니다.

누가 각성하고 회개해야 할까요. 겨울이면 난방 걱정, 여름이면 냉방 걱정을 하면서 빠듯한 재정형편에 힘들어하는 미자립·개척교회들입니까. 아니면 기초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를 품에 안고 살아가는 목회자들입니까. 1년 3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예배에 나가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몸부림치며 기도하는 성도들이 각성을 해야 합니까.

회개하고 각성해야 할 대상은 교만에 빠져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는 교권주의자들, 목양이 아닌 정치에만 관심이 있는 목회자들, 이기적 삶을 추구하는 성도들입니다. 지난 16일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에 가톨릭 신자를 비롯한 100만여명의 인파가 운집했습니다. 믿지 않는 이들조차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만약 개신교의 세계적인 지도자가 방한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요. 우리도 같았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장편소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에서 이기적이고 세속적인 위기의 시대 속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합니다. 교황 방한이 남긴 것은 가톨릭 신자에게는 기쁨과 소망의 종소리였지만, 우리에게는 회개와 각성을 요구하는 종소리였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때에 우리는 베드로에게 찾아와 종을 울리셨던 예수님을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후 소망과 비전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 고기를 잡으며 옛 생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베드로의 믿음이 여기에서 끝났다면 그는 가룟 유다와 같이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를 포기하지 않고 찾아오셔서 사명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조반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신 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을 물으십니다. 믿음과 사명을 확인하시는 주님과 대화하며 베드로는 “세상은 다 나를 버렸는데 주님은 아직도 나를 사랑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내 어린 양을 먹이라”고 하십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목자의 사명을 주시고 “나를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베드로는 과거 예수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큰소리쳤던 사람입니다. 그의 자신만만함과 교만은 그를 넘어지게 했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영적 교만의 증세를 보일 때마다 “나를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피상적인 믿음을 갖고 있던 베드로는 자신의 연약함을 솔직히 고백하고 성령에 힘입어 하나님의 복음을 세상에 확장시키는 도구로 쓰임 받았습니다. 세상으로 향했던 눈을 위로 향해 크게 뜨고, 주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께서 욕심을 버리라고, 교권다툼 그만하라고, 물질과 명예를 추구하는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나를 위해 종을 치고 계십니다. 깊은 잠에서 어서 깨어나 사명을 찾으라고 하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하리니 다시 시작하라고 하십니다. 더 이상 못 본 체, 못 들은 체하지 마시고 주님이 계신 방향으로 돌아서십시오. 그래야 내가 살고, 이 민족이 살고, 한국교회가 살게 되는 줄로 믿습니다.

유성상 목사(태안 만리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