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의 정신 충실하며 성도들에 비전과 방향 제시합니다”

입력 2014-08-21 03:37
경기도 오산시의 ‘어머니 교회’로서 오산감리교회는 향후 100년을 향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돌교회’ 앞에서 부경환 담임목사(왼쪽)와 이선묵 원로장로가 대화하고 있다. 오산=허란 인턴기자
오산감리교회 사무실 벽에 걸려 있는 이 사진은 1938년 5월 4일 일나(로버트 밀러) 미 북감리교 목사 송별모임 후 촬영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이선묵 원로장로의 모친이 머리에 이고 다니며 피란길에서도 지켜낸 사진이다.
경기도 오산시 오산동 오산감리교회(부경환 목사)를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있다. 시장이다. ‘오색시장’이란 이름의 재래시장은 오산역에서 북쪽으로 700m쯤 걸으면 나온다. 아직도 3·8일장이 열린다. 18세기 실학자 이중환의 지리서 ‘택리지(擇里志)’에도 등장하는 시장 한복판에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19일 시장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교회 석조건물이 나타났다. 시장 상인들은 ‘돌교회’라 불렀다. 돌교회는 1984년 신축된 예배당과 마주하고 있었다. 두 건물은 올해로 109년째인 오산감리교회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교회는 1905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였던 노블 밀러 목사가 창립한 이래 세상을 향해 복음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오산감리교회는 초기부터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사역 방식인 개인 전도와 봉사활동을 병행했다. 교회는 아이와 노인을 향한 섬김에 주력했다. 교회에서 시작한 오산유치원은 48년 전 오산화성교육청이 인정한 제1호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교육 선교와 인재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4년 설립한 감돌노인복지센터는 노인들을 위한 장기요양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처음엔 동네 어르신들을 보살피자는 게 설립 계기였다. 교회 사회봉사부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방 청소와 빨래 등을 도왔고 밑반찬을 지원했다.

이후 정부의 제안으로 장기요양사업으로 발돋움했다. 지금은 115명의 복지 사각지대 노인들을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안전 확인, 생활교육, 가사지원 등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밑반찬을 배달한다. 교회 인근엔 결식아동이 많아 도시락 배달 봉사도 담당하고 있다.

교회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만나’는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이 확대된 케이스다. 만나는 2011년 7월부터 도시락 반찬 제조·배달 사업을 비롯해 재가노인 복지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부경환(53) 목사는 “이윤 창출보다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착한 기업이 목표”라며 “어려운 이웃에게 축복의 통로가 되는 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역사를 쓰는 교회를 위해=부 목사는 2008년 7월, 이 교회 13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그는 초기부터 감리교회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감리교의 역사와 전통을 자주 말합니다. 감리교는 한국에 유입될 때부터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살리려고 했습니다.”

웨슬리는 영국 산업혁명 당시 성도의 신앙 성장은 물론 노숙인 쉼터와 학교, 병원, 양로원, 고아원, 소액대출 사업 등을 실시했다. 웬만한 복지 사업은 대부분 담당하고 있었던 셈이다.

부 목사는 “교파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단 정신에 충실하면 그만큼 건강한 목회를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목회는 특별한 방법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목사의 역할은 성도들보다 한 발짝 앞서 가며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너무 앞서 혼자 걸어서는 안 된다. 성도들과 함께 가는 게 목회라고 그는 설명했다.

설립 110주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에겐 한 가지 과업이 주어져 있다. ‘출(出)시장’이다. 현재의 ‘시장 속 교회’가 지속될 경우 시장의 약화와 함께 교회도 퇴화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가 시장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선교적 비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젊은이들이 떠나고 신자 구성원들이 연로해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당은 도로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시장 속으로 들어와야 그나마 돌교회를 확인할 수 있다. 자칫 시장의 퇴화와 함께 교회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산감리교회는 신시가지 부지에 신축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부 목사는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줄을 믿기에(롬 8:28) 하나님이 하나씩 풀어가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오산을 대표하는 모교회로서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