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국정감사를 위해 여야가 도입하기로 한 ‘연(年) 2회 분리 국감’이 첫발도 떼기 전에 휘청거리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국회가 넉 달 넘게 공전하면서 분리 국감을 실시하기 위한 법적 뒷받침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회의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분리 국감 탄생 배경=국회는 매년 9월 시작되는 정기회 기간에 국감을 실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정기국회의 핵심인 법안과 예산 심사는 뒤로 밀리고, 국감은 국감대로 시간에 쫓겨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됐다. 한 상임위원회가 하루에 10곳이 넘는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3주간 이어지는 국감이 뒤로 갈수록 맥이 빠져 피감기관들 사이에선 가능한 한 늦게 일정이 잡히도록 로비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감이 끝나면 으레 ‘부실 국감’ ‘수박 겉핥기 국감’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분리 국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했다. 여야는 올 초 6월과 9월에 국감을 나눠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6월엔 1차(8월 26일∼9월 4일), 2차(10월 1∼10일)로 날짜를 확정했다. 일정이 뒤로 밀린 건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어 7월 국회 운영위원장 명의로 분리 국감의 근거가 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제출돼 상임위와 법사위를 모두 통과했다. 하지만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9일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으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세월호 협상과 사실상 한데 묶여 발목이 잡힌 것이다.
현행 법률은 매년 정기국회 집회일 이전에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기국회 기간 중 감사를 하려면 본회의를 열어 ‘정기회 중 국정감사 실시의 건’을 의결해야 한다. 이 규정대로라면 올해 국감은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단 6일간만 진행되는 셈이다. 각 상임위가 채택한 국감계획서에 명시된 대상 기관 중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곳은 아예 부를 수도 없게 된다. 오는 22일부터 재외공관 시찰을 위해 출국하기로 돼 있는 외통위원들은 물리적으로 31일까지 돌아와야 한다.
◇국감 준비 사실상 손놔…올해도 부실 국감 우려=여야가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개정안을 통과시켜 예정대로 국감이 시작된다고 해도 부실 국감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는 국감 준비에 사실상 손을 놓은 기색이 역력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지난 6월 원구성 때 상임위가 변경된 의원과 보좌진들은 아직 업무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된 곳이 많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여야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상임위 활동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청와대 인사 파동으로 국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인사 청문회가 열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6·4지방선거,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진 미니 총선급의 7·30재보선 등 굵직한 선거가 잇따라 국감에 신경을 쓸 형편이 못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보좌관은 “1차 국감이 열릴지 안 열릴지 모르는 데다 세월호 참사에 선거까지 겹치면서 현실적으로 국감 준비를 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8월 말과 10월 초에 나눠 하는 국감을 분리 국감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집중도는 떨어지고 준비기간만 늘어나는 최악의 국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첫 ‘분리 국감’ 의사봉 들 수 있을까…‘부실 국감’ 대책도 부실 예고
입력 2014-08-20 0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