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극적 타결] 참사 126일째… 꽉막힌 정국 숨통 트였지만 갈길 험난

입력 2014-08-20 05:51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26일째인 19일 여야가 도출한 재합의안의 핵심은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원회 위원 중 여당 몫 2명을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도록 한 점이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의 최대 난제였던 특검추천위 구성에 여야가 합의하면서 일단 꽉 막힌 정국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갈 길이 험난하다. 무엇보다 유가족 반대가 거세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3명의 추천권을 야당에 주는 것보다 사전 동의라는 전제조건을 달아서라도 2명의 추천권을 지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 테두리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 유가족들의 의구심을 덜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최초 합의안을 파기한 뒤 특검추천위원 여당 몫 2명 중 한 명을 야당에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실정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 결단과 책임의 권한으로 야당과 유가족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양보했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최소한 여권 편향 인사가 추천위에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제동 장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유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이 사전 동의를 받기로 한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야당이나 유가족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만 내세워 합의안 취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국회 본청 앞 기자회견에서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결국은 2명을 여당이 추천하겠다는 뜻”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원하는 뜻을 무시하고 여야가 담합을 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문회 일정과 증인 선정은 최초 합의안과 마찬가지로 양측 간사에게 일임했다. ‘간사가 전향적으로 합의하도록 여야 원내대표가 책임 있게 노력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갈등의 씨앗을 남겨뒀다는 평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의 증인 채택을 두고 또다시 지루한 협상이 재연될 전망이다.

합의안은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하는 즉시 발효된다. 새누리당은 박수로 추인했다. 새정치연합은 격론 끝에 유가족과 계속 대화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세월호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는 무산됐지만 8월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합의안에는 본회의에 계류 중인 93개 법안과 법사위에 계류 중인 43개 법안 가운데 양당 정책위의장이 합의한 법안은 첫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내용도 담겼기 때문이다. 합의문에 굳이 첫 본회의라는 표현을 넣은 건 이날 본회의 개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8월 임시국회를 염두에 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